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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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10센티 일몰
10센티 일몰 임곤택 너는 연습 중 담배연기는 얼굴로 되돌아온다 하늘은 빨갛고 달리는 사람들은 조금 더 빨갛고 오늘은 나중에게 물러서지 않기를 아이를 땅에 묻은 검둥이 부부는 동전 한 개를 그 위에 던져 넣는다 너의 말이, 여기 적는 글자들이 낱낱이 혼자이기를 혼자들이 배를 만들고 게으르게 연명하기를 10센티 남은 일몰 버려진 가옥 퇴색한 페인트가 집일 때 이것들 다 혼자일 때 잔인한 好意 없이 죄 없이 다음 없이 혼자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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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물컵을 보며 재떨이
물컵을 보며 재떨이 임곤택 늦을수록 앞서게 된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뒷문 골목에는 노인의 문방구, 이발소 미닫이문, 나뭇가지에 눌린 지붕 양철 충치 떡볶이와 벽시계 아름다운데 치를 게 없다 열심히 지나친다 지나치고도 좋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 그래서 두 번 지나치는 사람 골목 끝에는 오토바이 가게 폐차된 오토바이 열 대쯤 병아리 색깔의 유치원 버스 담배를 피우다 물을 마시고 싶다 재떨이를 들어 입에 가져다 기울인다 꽁초 몇 개 바지에 쏟는다 더 자주 잊어야 한다 여름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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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난쟁이 시인
난쟁이 시인 임곤택 당신, 난쟁이 시인 양편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바쁘게 오가는 당신의 왼편에 하이마트 미아점이 있고 오른편 노인들은 한 개비의 담배를 두 번으로 나눠 피우고 당신은 한 번의 빗질로 한 가지 생각을 한 가지 생각으로 한 번의 가을을 다 쓸어 담네 그리고는 총총 건널목을 건너지 양팔을 늘여 은행나무와 버스들을 한데 묶고 모자 속에서 흰 비둘기를 꺼내어 날리지 당신은 삽화 속의 인력거꾼 쏘아진 화살보다 빠르네 당신, 난쟁이 시인 새벽부터 쉬지 않고 킁킁거리거나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장화 속에 빗자루가 꽂혀 있네 당신을 뒤쫓아서는 당신을 만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