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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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여행 에세이] 이 또한 여행
이 또한 여행이었다고. 양재화 - 대학에서 언론정보학 등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편집자로 1년 중 10개월은 돈을 벌고 2개월은 여행하며 살고 있다.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에 ‘여행의 뒷모습’이라는 글을 연재했다. blog.naver.com/moodforlife 《글틴 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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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 또한 여행⑨] 프랭크와 트릭시
[여행에세이_이 또한 여행 ⑨] 프랭크와 트릭시 - 런던에서 보낸 6개월 양재화 대학교에 들어가서 3년 내내 기본적인 학업 외에도 광고 연합 동아리 활동, 각종 공모전 준비와 기업의 대학생 마케터, 도서관 근로 등으로 정신없이 살았다. 재미도 있었고, 나름의 재능도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의문은 없었다. 이게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인지,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보낸 뒤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가기로 했다. 영어가 부족하니까, 많이들 가니까, 집안 형편이 되니까, 또 별 의문 없이 선택했다. 드럼통만 한 이민가방을 끌고 런던 히스로 공항을 빠져나오던 순간까지도 앞으로 몇 달간 내 가치관과 삶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리라는 것을, 모든 게 의문투성이가 되리라는 것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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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 또한 여행④] 네루다의 집
이 집은 취향의 박물관이자,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말년의 정신까지 아우르는 한 생애의 박물관, 또한 모든 사물이 한 인간을 우회해 가리키는 메타포의 박물관이었다. 곧 이슬라네그라의 집은 그가 빚은 형체 있는 시였던 것이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기분으로 집안을 천천히 거닐면서 나는 그 집과 네루다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박물관 카페에 앉아 그가 사랑했던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그때껏 별생각 없이 지고 다니던 그의 시집을 펼쳤다. “(그의) 시가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네루다, 「시」, 『이슬라네그라 비망록』 중에서) -사진 6. 네루다가 이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가서 울리던 종. 이 ‘의식’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서 그의 마지막 귀환을 알리는 장치로도 등장한다. 소설에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마리오는 네루다가 그리워하는 이 종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파리에 있는 그에게 보낸다. -사진 7. 바다에 좀 더 가까이 자리한 파블로와 마틸데 부부의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