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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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기자단]내면의 어둠을 응시하는 리얼리스트 이재웅 소설가와의 만남
이재웅 소설가는 최근 『불온한 응시』로 권정생창작기금을 받기도 했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재웅 소설가입니다.” 진행을 맡은 오창은 문학평론가의 멘트로 ‘나는 왜?’ 6월 편이 시작되었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이재웅 소설가의 대학 선배이자 친한 형이기도 해서 행사는 유쾌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진행자는 이재웅 소설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읽고 평을 해왔기 때문에 더욱 치밀하고 핵심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이재웅 소설가는 진행자의 질문에 “제 작품을 이렇게 열심히 읽어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작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작가의 작품을 깊게 파고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인터뷰는 크게 ‘작가를 향한 질문’, ‘작가의 작품을 향한 질문’, ‘작가의 시대관 · 세계관을 향한 질문’으로 나뉘었다. 또한 세 유형의 질문은 필연적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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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 인터뷰 나는 왜 제4회]삶의 짙은 그늘 속에서 리얼리스트를 꿈꾸는가_(이재웅소설가 편)
― 소설가 이재웅 편 정리 : 안희연(시인) 요 몇 달 어두운 소식이 참 많이 들렸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불쑥불쑥 물속이 생각나 내내 울먹이는 시간이었지요. 남달리 힘겨운 여름의 입구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재웅 소설가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재웅 작가의 첫 장편 『그런데, 소년은 눈물을 그쳤나요』라는 제목을 “그런데, 우리는 눈물을 그쳤나요?”라고 바꾸어 읽으며,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프게 자각하면서요. 그래서일까요. 6월의 한가운데서 이재웅 소설가를 만나게 된 것이 그냥 우연이라고만 생각되지가 않았습니다. 이재웅 소설가는 그동안 누구보다 소외된 이들의 편에서, 누구보다 날카롭고 바른 목소리로 세계와 인간을 탐색해 온 우리 시대의 몇 안 되는 리얼리스트이니까요. 우리는 그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왜 삶의 짙은 그늘 속에서 리얼리스트가 되기를 꿈꾸시나요? 그리고 우리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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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경운기
200 이재웅 경운기 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한 때일망정 소가 댓 마리는 됐다. 아버지가 추수기까지는 농사일을 하고 겨울이면 도시로 나가 막노동을 뛰면서 마련한 소들도 있었고, 암소이자 일소이자 가장 연장자였던 소가 새끼를 친 것도 있었다. 당시 내 일과 중, 혹은 중요한 심부름 중 하나는 해질녘 산기슭에 매어 놓은 소를 끌고 오는 것이거나, 망태기인지 뭔지를 메고 형을 따라 쇠꼴을 베어오는 것이거나, 아니면 쇠죽에 볏짚 썰어놓은 것을 뒤섞은 다음 그것을 폐타이어에 담아 댓 마리의 소 앞에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소들은 그것을 참 잘도 먹었다. 훗날 아버지는 대부분의 소들은 갈아치우고, 팔아버리고 했지만 암소이자 일소이자 가장 연장자였던 소만은 남겨두곤 했다. 그것은 일소로 길들이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아버지의 호흡에 맞춰 일하는 소로 길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