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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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7월_시_물] 물-집
[7월 시_물] 물-집 이이체 물은 몸의 쓰라린 자리에 집을 짓는다 슬픔에 수긍하려고 거듭 고개를 주억거렸던 그 아픔의 윤회들 낯선 남녀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랑은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이름을 지워주는 일이었음을 죽은 타인에게 나를 흘릴 수 있다면 단 한 번이라도 저 물을 죽일 수만 있다면 울지 마라, 아이야, 울지 말아라 어떤 메마른 섹스도 젖지 않을 수는 없다 작가소개 / 이이체(시인) 1988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2008년 《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가 있다. 《글틴 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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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76
분당에서 김대진, 이이체, 이창훈과 함께 자주 닭을 먹었다. 어느새 정민호가 추가되었다. 나는 이이체에게 말했다. “누굴 존경해?” 그러자 이이체가 누구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말했다. “그게 나야.” 당시 문학은 우리에게 가장 난해하고 신비로운 주제였다. 우리는 회기에 있는 여관에 자주 투숙했다. 김대진이 먼지의 연대기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이창훈은 여자와 문자를 하고 있었다. 이이체는 나도 시인이 될 거야, 했다. 그들과의 만남은 재미가 있었다. 중독성도 있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낙오된 뚱보들이 떠오른다. 나른한 열대야, 코코넛을 던지는 원숭이들도 떠오른다. 이창훈은 걷는 것을 좋아했다. 하염없이 걸으면 아침이 되었다. 아침엔 밥을 먹어야지. 식당으로 갔다. 나는 형들에게 의지를 했다. 형들이 밥을 사줬던 것이다. 배가 부르면 잘 곳을 물색했다. 형편이 넉넉한 날엔 여관에, 그렇지 않은 날엔 찜질방에 갔다. 이이체, 이창훈이 말했다. “너는 문제가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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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이한 잠의 긴 밤
기이한 잠의 긴 밤 이이체 나는 빛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폐허가 된 숲에서 물은 죽음을 가리키는 가장 날카로운 액체가 된다 고독이 인간을 다독인다 생명을 잃어 가는 형식이지만 생명을 품을 수 있는 나는 언어의 낡은 과육에서 삶을 거듭 실수한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해도 흰색 무덤처럼 부푼 감정으로 숨어 들어오는 도굴꾼들 거울이 기회를 낳는다 말을 더듬어야 옹호할 수 있는 행간이 있다 누군가에게 나를 빼앗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