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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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산
산 이성부 더 높이 오르려는 뜻은 맑게 눈 씻어 더 멀리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멀리 첩첩산 굽이에서라야 나는 내가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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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깔딱고개
깔딱고개 이성부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오라고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가쁜 것 피해갈 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 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앉혀 어루만지듯이 고달펐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 자주 멈춰서서 숨고른 다음 올라갑니다 내가 살아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여 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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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달면 삼키고 쓰면 글이다] 3화 : 독수리 다방, 기형도와 대학 생활
곳곳에는 기형도, 이성부, 성석제 등 작가들의 문장이나 시 전문이 붙어 있어 작가들의 단골 찻집이라는 ‘위엄’을 보여준다. 원목으로 된 인테리어와 구석구석의 활자들이 잘 어우러진다. 지하 1층에서 지상 8층으로 이전한 이 공간은 또 새로운 작가들을 위한 곳이 될 듯하다. 편안한 테이블과 의자, 창 너머로 보이는 교회의 높은 탑과 통창이 분위기를 더한다. 문인들은 찻집과 다방을 거쳐 카페를 찾는다. 대학가 입구에 있는 독수리 다방에서 원고를 작성하며 기형도의 「대학 시절」을 읽었고 나의 대학 생활을 반추하기도 했다. 세상에 문학보다 더 중요한 게 있냐는 듯 습작하던 때를 떠올리면 기특하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들의 집필 카페 - 서재진 대학 시절에는 늘 카페에 있었다. 집에서 가깝고 흡연실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한 한 카페에 죽치고 앉아 글을 썼는데, 족히 서너 시간을 앉아 있다 보면 시는 시로 보이지 않고 그저 활자의 나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