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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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좌담 : Ⅰ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발표 과정
이성미 : 공공기금이 들어간 학술사업이나 용역사업은 공공기관에 저작권을 양도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국고가 들어간 결과물은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저작권을 소유해야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정여울 : 창작자의 권리를 빼앗아서요? 이성미 : 네, 어떤 지역 문화재단에서는 연극 창작 지원금을 주면서 저작권 양도 계약서에 서명하게 해요. 그래서 그 극단은 재공연을 할 때마다 지자체와 지역 문화재단의 허락을 받고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여울 : 자기들이 만든 콘텐츠를 사용하는 데 지자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이성미 : 네, 너무 어이없죠. 그러니까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공적 기관이 관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라도 공정한 기준을 확립하고 시행하라는 거죠. 그래야 민간 영역에서 공적 기준을 참고해서 따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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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꽃분홍색
꽃분홍색 이성미 너를 만나면.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것. 생각난다. 구겨진 꽃분홍색. 습자지처럼 부드럽고 조용히 구겨진다. 꽃분홍색이라는 점. 그것이 중요하다. 꺼내면 딱딱한 쓰레기가 되고 꺼내지 않으면 꽃분홍색 부드러움. 주머니 속에서 꽃분홍색이 피어난다. 사르락사르락. 손끝에 만져지는 소리. 손끝이 꽃분홍색이 된다. 꽃이 될 수 있는 꽃분홍색. 꺼내지 않으니까 꽃이 되지 않는 꽃분홍색. 꺼내지 않으니까 버려지지 않는 꽃이 아닌 꽃분홍색. 너와 헤어지면. 잊는다. 주머니에 오래된 꽃분홍색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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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기꾼
사기꾼 이성미 사기꾼이 집으로 찾아와서 나를 데리고 갔다. 사기꾼 집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사기꾼에게 기꺼이 시를 주고 모욕을 당했다. 사람들은 시를 주면서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시를 이렇게 필요로 한 사람은 없었어. 사기꾼에게 시를 주려는 사람이 계속 찾아왔다. 그런데 왜 이 집에서는 사랑이 사라질까. 이상한 일은 이상하게 내버려두었다. 현명한 사람들이 가장 빨리 떠났다. 더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도 떠났다. 모든 사랑을 준 사람은 수명이 끝났다. 떠날 곳이 없는 사람들은 끝까지 남아 시를 바쳤다. 나도 떠났지만 집을 끌고 왔더니 집 속에 사기꾼이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