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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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그 분이 김종삼에게 물으셨다
그 분이 김종삼에게 물으셨다 이면우 무얼 했느냐고 문을 열어 줬다고, 작은 문 곁에 앉아 너무 작아 그걸 못 보는 이들에게 문을 열어 줬다고 (문이 여기 좀 보시란 듯 잠깐 흔들렸다 ) 길가 패랭이꽃 흔들릴 때 가만히 짐작 가는 문 슬픔을 오래 견딘 이들의 흰 이가 보일 듯 말 듯한 문 그걸 열어 주러 잠깐 다녀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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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구름에게 묻다
구름에게 묻다 이면우 나는 이번 생을 부지런히 몸 움직여 살았다 그래야 죄 덜 만들 듯했다.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아름다움에서 너무 멀리 와 버린 한 사내가 솜뭉치 같은 흰구름 잠깐 올려다본다. 바로 그 얼굴이다! 산 넘고 강 건너 헤매던 어디쯤 네 발로 엎드려 마시던 옹달샘에 비치던. 그 때 그 찬물처럼 달게 살아냈던가? 라고 소리 안 내고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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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나무와 사람
나무와 사람 이면우 막 숲에서 걸어 나온 듯 키 큰 낙엽송 초록 바늘잎과 붉은 기둥의 대조가 햇빛 속에 환하다. 한 남자가 낙엽송 그늘 속에 서서 이 쪽을 보고 있다 한 순간 남자마저 나무 같다. 이 유쾌한 착시는 이천오년 오월 십삼일 오전 열 시 서늘한 대기 속에서 삼 초 동안 일어난 일. 다만 그 때, 대지를 딛고 선 나무와 남자의 운명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직관을 드리운 어떤 쏜살같은 정경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