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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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반구대에서 본 것
반구대에서 본 것 이라야 1. 15인승 버스가 몸을 세웠다.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주차장이었다. 이준이 형은 차에서 먼저 내려 뒤이어 내리는 고고학 동아리 친구들을 이곳의 주인인 양 맞았다. 서울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지라 못 잔 잠을 버스에서 보충한 회원들은 한결같이 비몽사몽이었다. 벌써 다 왔냐며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고 얼른 잠에서 깨고 싶어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터는 사람도 있었다. 이준이 형은 친구들 등을 두드려 주며 즐거운 기를 부추겼다. 나는 이곳 울주군 대곡리에 분명 처음 왔다. 그런데도 낯설지 않다. 거부하고 싶은 온화한 바람과 한 걸음에 다가설 수 없는 산의 능선이 그랬다. 여린 새싹으로 돋아나 이제 제대로 된 형태를 잡아 가는 나뭇잎과 그것들을 키워 내는 나무, 울창해지려는 숲이 반갑게 살랑이고 있지만 익숙한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주차장 바닥에 찍히는 내 발자국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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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우주의 무리
우주의 무리 이라야 또 말썽이다. 익숙지 않은 무리 생활. 교실에 들어서며 눈이 마주친 저 녀석과 어설프게라도 아는 척해야 하는데 도통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뻑뻑한 관절에 수액이라도 공급하고 왔어야 했던 건 아닐까. 그나저나 이런 형식적인 인사가 동지애인지 우정인지 우호의 상징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투혼인지 모르겠다. 교실 문을 열었을 뿐이다. 턱. 아둔한 문소리에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추적된 이름 허태웅. 구지중학교 3학년 3반 22번. 우주로 변한 내가 앉을 좌표에서 뒤로 두 칸, 옆으로 세 칸 자리에 앉는 녀석이다. 그러니까 교실 뒷문 바로 옆. 아는 정도 99 웃는 표정 95 대화 98 어울림 98 관심 93 소통 99. 이 수치는 우주가 녀석에게 보였던 표면적 수행 내용이다. 우주의 내면? 내 알 바 아니다. 우주에게 전송받은 데이터에만 충실할 뿐이다. 지금은 그것도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