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달의 리뷰리뷰] 당신의 물탱크는 어디에
당신의 물탱크는 어디에 ― 연극 《 물탱크 정류장 》 스태프 참여 후기- 오수진 공학박사 : 내게 물탱크는 꿈이자 열정이고 평온한 휴식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난 말이요, 가끔 내 옥탑방에 있는 물탱크에 들어가 혼자 쉬곤 하는데, 웬만한 호텔 사우나 저리 가라지. 세종 : 하고 많은 휴식 공간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물탱크에서……. 바 주인 : 너무 좁아서 숨 막히지 않던가요? 공학박사 : 월세 30만 원 내는 고시원보다 결코 좁지 않아요. 물론 처음엔 좀 답답할 수 있어요. 그러나 적응이 되면 아주 기막힌 평화가 찾아오지. 정말 피곤할 때, 물탱크에 물을 반만 채우고 그 위에 매트를 띄우고 드러누워 보라고. 이 지상에선 찾을 수 없는 휴식을 맞보게 될 거야.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건물 옥상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란색 물탱크 안에 들어가 보면 어떤 느낌일까?'에 대해. 여기 그 꿈을 현실의 한 구석에 내려놓은 작품이 있다. 바로,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14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었던 연극 〈물탱크 정류장 〉이다. 〈물탱크 정류장 〉은 태기수 작가님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나는 태기수 작가님과의 인연으로 기획팀 스텝의 일원으로 연극에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 공연기획과 연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도 뜻 깊은 시간이었다. - 안녕, 〈 물탱크 정류장 〉 물탱크 정류장 〉은 어느 원룸 건물의 옥탑방에 거주하고 있는 '한세종'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세종은 직장에서의 위치도 불안하고 경제적인 안정은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지위도 확보하지 못한 30대의 남자다. 세종은 어느 날 옥상에 놓인 기이한 물탱크와 그 물탱크 안에 사는 사내와 마주한다. 세종은 사내를 통해 물탱크가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치고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는 물탱크의 환각에 빠져들던 중 세종은 사내에게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도둑맞고 만다. 세종은 이를 만회하고자 타인의 삶을 빼앗는다. 하지만 빼앗은 삶마저도 녹록치 않자 좌절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이내 희망을 갖게 되고 '출항'을 외친다. 내가 〈물탱크 정류장 〉과 처음 만난 것은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약 한달 전, 대학로 연습실에서였다. 무대에 처음 오르는 창작극이여서일까. 15명의 배우분들과 연출님을 비롯한 스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더 좋은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속된 수정 끝에 물탱크는 서서히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여의 시간은 훌쩍 흘러 남산예술센터의 무대 위에도 노란 물탱크를 비롯한 세트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도 그쯤 되어서 배우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물탱크 정류장 〉의 완성도가 상당 부분 갖춰진 시기였기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하는지에 대한 것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Q. '세종'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가 샐러리맨이라는 직업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느낌이나 그들만의 치열한 삶의 형태는 잘 몰라요. 그런데 아침 일찍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수많은 회사원들을 볼 수 있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을 하고 그날 받았던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다음날도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요. 세종도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죠. Q. 〈물탱크 정류장 〉의 관람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한세종'만 보시지 말고요, 전체 인물들을 봐주셨으면 해요. 그들 모두 불안전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그 인물들 안에 관객분들이 자신을 투영해봤으면 해요. 먹고 살기 위해서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버리는 인물들 속에요. 그러면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한세종 역, 조승욱 배우님과의 인터뷰 中) - 물탱크 정류장의 출항 〈물탱크 정류장 〉의 막이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관객들의 틈에 섞여 객석에 앉았다. 내겐 익숙한 대사와 행동들이었지만 지루할 틈 없이 금세 공연에 몰입되었다. 연습실이나 무대 뒤에서 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낯선' 모습 덕분이었다. 물탱크 사내 : 당신이 여기서 경험해본 감각들은 사실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내가 이 안에서 맛볼 수 있는 감각의 정수를 불러오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세종 : 뭡니까 그게? 물탱크 사내 : 먼저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뭐든, 어떤 하나의 사물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보세요. 거기에만 집중해 보세요. 그럼 내 말이 이해되실 겁니다. 밖에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다른 차원의 세계가 환각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시바나야마!' 자, 이제부터 당신은 정신 저편의 머나먼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관객들을 물탱크로 안내하는 듯한 효과음과 피아졸라의 음악 그리고 몽환적 느낌을 더해주는 영상들은 정말 물탱크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존재에 대해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과 이를 환기시키는 코믹한 장면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연극은 끝나 있었다. 그리고 그 물탱크가 남긴 여운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땐 내 안에서 질문 하나가 피어올랐다. '공부와 꿈속에서 지쳐버린 나를 편히 쉬게 해줄, 나만의 물탱크는 어디에 있는 걸까?' - 나의 물탱크를 찾아서 지금 난 더 이상 스텝의 신분으로 암전이 되었을 때 무대 위에 소품을 갖다 놓거나 물탱크 정류장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대 위의 물탱크도 사라졌다. 하지만 물탱크가 남기고 간 질문은 여전히 내 곁을 맴돌고 있다. 어느 날 노란 물탱크를 만난다면 똑똑, 노크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물탱크 정류장 〉이 다른 무대로 돌아온다면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현실 속의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면 꼭 세종을 따라 물탱크 안에 들어가 보길. 당신만의 물탱크를 찾길……. 《글틴 웹진》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달의 리뷰리뷰] 장난감에 예술을 더하다.
장난감에 예술을 더하다 — 〈마이클라우 아트토이전〉을 보고 김형철(손자) 물건에 열정을 담는 작업은 고대부터 있었다. 옛 고사(故事) 중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한때 명나라 개국 공신 ‘유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날이 저물어 옛 촉한(蜀漢) 지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다 근처 절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새벽이 되자 난데없이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유기는 주지스님에게 이를 물었다. “절에서 갑자기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니 이게 웬일이오?” 그러자 주지스님은 옛 촉한 시절에 제갈공명이 절에서 머문 후 흙닭을 정성껏 빚었는데, 그것이 새벽이면 운다고 말하였다. 마침 제갈공명을 과소평가했던 유기는 공명이 흙닭 속에 무엇을 넣었는지 궁금해졌다. 결국 그는 흙닭을 가져오라 하여 팽개쳐 깨뜨려 버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종이 두루마기가 나왔는데, 거기에는 ‘유기는 내가 만든 흙닭을 깨뜨릴 것이다(劉基破土鷄)’라는 다섯 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유기는 분해서 그와 똑같은 흙닭을 만들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유기는 무엇 때문에 흙닭을 만들지 못했을까. 그건 아마 작품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살아 있는 창작품은 세밀하게 만들어진다. 한 살배기 아기가 도화지에 찍은 점과 예술가가 찍은 점이 다른 것은 여기에서 나온다. 공명의 경우, 그는 작품의 미래까지 볼 정도로 치밀하게 행동했다. 예술가 역시 같다. 그들은 작품에 자기의 삶과 개성을 더한다. 즉, 그들의 작품에는 오직 최고를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이 묻어 있는 것이다. 붓 터치 하나에도 그들은 심려를 기울여 완성한다. 그리고 그런 개인의 열정이 그 시대의 욕구와 결합하는 순간, 비로소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마이클라우 아트토이전〉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나는 2월 14일에 해당 전시회를 구경했다. 어찌 보면 불안하기도 했다. 누구나 처음엔 그렇듯, ‘예술’이라는 무거운 장르와 ‘토이’라는 것은 서로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람이 특정 나이가 되면 ‘장난감’이라는 것과는 이별을 한다. 사회적으로 ‘아이나 갖고 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고, 그것을 예술로 선보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난감들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산품이다. 물론 그것들도 어떻게 보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동작, 그리고 똑같은 색으로 된 장난감들은 그것만의 개성을 가질 수 없다. 예술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감정, 생각을 담아내는 행위이기에, 그런 독특성을 상실한 물건은 잡동사니일 뿐이다. 우리들은 대개 그러한 물건들을 일반적인 ‘장난감’으로서 알아왔다. 그렇지만 이번에 라우 작가가 가져온 토이들은 달랐다. 거기에는 작가만의 영역이 세밀하게 더해져 있다. 전시회 안에는 마이클라우를 스타로 만든 유명한 가드너 시리즈가 있었다. 나는 주변을 돌며 토이들을 살폈다. 해당 시리즈는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아지를 모델로 한 ‘비비,’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모노’와 ‘스테레오’ 형제, 그리고 온몸에 문신을 한 ‘타투’ 등, 어찌 보면 작가의 가치관이 이 모든 캐릭터 속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 외에도 라우가 장식한 스케이트보드들과 캐릭터 초상화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의 캐릭터들은 돋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관찰하니, 가드너 시리즈는 특별한 삶 하나를 대표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라우는 여러 삶 중에서 거리문화를 선택했다. 이제 시대를 대표할 예술은 ‘고귀함’이나 ‘난해함’이 아닌 거리를 돌아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변화는 그로 하여금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게 했다. 지금의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아트토이를 말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말했듯, 그는 자신이 예술가로 살아남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어쩌면 처음에는 그 자신도 의심스러웠던 건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이건 장난감이니까. 하지만 아트토이의 최고 권위자가 된 지금, 그는 단연코 예술가가 되었다. 그건 그에게도, 전시회를 구경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명백한 사실일 것이다. 전시회를 통해, 그가 말했다. “젊음이란, 삶에 짐이 그리 많지 않을 때, 무언가에 미치도록 열광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트토이들을 볼수록 이 말에 공감했다. 그가 지금껏 만들어낸 토이들을 볼 때, 이 전시회는 젊음에 대한 예찬인 것이다. 이는 작품에 들어간 열정과도 관련이 깊었다. 아무나 열정을 가지는 게 아니다. 마이클 라우가 보여줬듯, 열정은 예술의 계기가 되는 장치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행위로 드러날 때, 예술이 나오는 것이다. 아마 그것이 이번 전시회의 진정한 성과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열정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표출하지를 못한다. 단순히 모른다기보다도, 그렇게 되는 걸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라우의 전시회는 내 속에 있던 열정 또한 건드렸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내 열정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그의 전시회를 보게 되자, 나는 어쩌면 젊음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생겨났다. 그의 토이들은 나와 동떨어진 결과물이었다. 말 그대로 열정이 담긴 결과물.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 속 무언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라우의 아트토이들은 스토리가 있는 예술이다. 한마디로 그의 열정이 담긴 채 꾸준히 움직이는 유기체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장난감으로 여겨지는 만큼, 그것들은 라우뿐 아니라 전시회를 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다시금 열정을 꿈꾸게 한다.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예술. 전시회 끝자락에 다다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틴》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달의 리뷰리뷰] 필름과 크로키의 환상적인 만남, 팀 버튼 전
필름과 크로키의 환상적인 만남, 팀 버튼 전 박세은 2013년 2월 2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하는 〈팀 버튼 전〉을 방문했습니다. 놀이동산 할로윈데이를 연상시키는 팀버튼전의 입구는 늦겨울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상상력의 대가라고 알려진 팀 버튼 감독의 매력을 담은 독특한 디자인은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서는 문 같았습니다. 그런데 팀 버튼이 누구냐고요? 세계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팀 버튼은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다크 섀도우〉, 〈유령신부〉 등의 감독입니다. 하지만 그가 세계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특이한 그림들을 영상으로 녹여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통, 영화는 배우와 제작사, 시나리오의 융합 형태로 만들어지는데요.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일반적인 형식과는 다르게 상상했던 것을 실현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시나리오의 활자들을 영상으로 꾸미는 것이 아닌, 멈춰 있는 크로키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이지요. 그가 생각했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면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재탄생되어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팀 버튼 전〉 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그렸던 습작 그림과 사진,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형 등의 8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3층까지 이어진 전시관에는 그의 삶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전시한다고 합니다. 상상력의 시작, 성장기 먼저, 그의 상상력이 자라나기 시작했던 성장기입니다. 1958년, 미국 버뱅크에서 태어난 팀 버튼은 소심한 성격으로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동묘지로 놀러가거나 공포 영화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암울했던 성장기가 그에게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우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나 강렬한 색채가 들어간 영상의 시초가 되었던 크로키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독특한 시계 모형과 기이한 모형의 모빌들은 그의 창작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상상을 영상으로, 성숙기 팀 버튼의 작품이 스케치와 채색을 거쳐 영상으로 만들어진 시기입니다.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 입학한 이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의 작품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요. 성장기 때보다 한층 진화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가 그렸던 작품과 영화 제작 때 쓰였던 모형, 그리고 실제로 만들었던 영상들을 상영하는 곳이 코너마다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그의 작품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영상을 보면 마치, 그의 영화 속에 걸어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역동적인 일러스트로 세계를 사로잡다, 전성기 성장기와 성숙기에 그렸던 그림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였던 그의 삶의 전성기입니다. 역동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그를 세계적인 예술가로 성장시켜준 영화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가 지금까지 제작했던 영화의 ost를 듣는 체험과 명대사들을 글로 옮긴 부분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앨리스: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요? 아버지: 그런 것 같구나. 넌 비정상이야. 확실히 이상해. 하지만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다 그래. 팀 버튼이 말하고자 했던 ‘멋진 사람들’ 은 무엇이었을까요. 평범하지 않은 그림을 그렸던 그를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인 것은 충분히 멋진 것이다’라는 말로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평범하게 아름답기보다 비정상적이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뽐냈던 그는 지금도 전성기 속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3층 난간을 지나치면 전시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데요. 계단 위에 서면, 곳곳에 흥미를 끌 만한 인테리어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의 캐릭터들입니다. 전시관 안을 엿보는 듯한 모양새로 호기심을 끄는 모습이 전시관의 분위기를 한 층 밝게 만들어주는 요소였습니다. 팀 버튼의 영화를 감상한 지인들은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그의 영화는 조용한 밤에 눈이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씬이 종종 등장하고, 공장조립라인 씬이 나옵니다.’ ‘그의 영화 속 세트 디자인은 상당히 어둡고 고딕풍의 느낌을 줍니다.’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그의 그림과 입체 모형, 영상은 단순하고 우스꽝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배경과 캐릭터들의 행동들은 그의 작품이 순수한 동심이 아닌, 경각심과 여운이 남는 영상으로 시청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급격한 산업화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와 집단적 따돌림을 담은 배경,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반영하는 은둔형 외톨이 캐릭터까지. 변화되는 시대의 문제점들을 영화에 담는 것도 그의 작품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팀 버튼 전〉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토론토,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봄의 시작을 동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단순하고 특이한 그림들과 영화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은 그의 작품들이 〈팀 버튼 전〉 안에 있습니다. 상상력이 메마른 지친 삶 속에서 물음표로 시작했던 하루는 그의 삶이 담긴 전시관을 돌아보는 순간 느낌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글틴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