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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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영감의 화수분, 도스토예프스키
영감의 화수분, 도스토예프스키 이나미 헤르만 헤세는, 도무지 삶이 비참하고 고통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삶 전체가 욱신욱신 쑤시는 상처로 여겨질 때, 절망만 가득하고 희망이 사라져 버렸을 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라고 했다. 비참한 상태에서 헤어나 고독하게 다리를 절면서도 삶을 거칠고 잔인하다기보다, 아니 삶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저버렸을 때 비로소 이 끔찍하고 훌륭한 작가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그때서야 우린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고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련한 악마들의 가련한 형제가 되어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 숨죽인 채 삶의 소용돌이를 응시하며 영원히 돌아가는 죽음의 물레방아를 직시할 수 있게 된다고. 그런 다음에야 도스토예프스키의 위로와 사랑에 귀 기울이게 되며 깜짝 놀랄 정도로 깊이 있는 세계, 혹은 지옥과도 같은 세계의 놀라운 의미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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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집게와 말미잘
집게와 말미잘 이나미 1. 여자가 사라졌다. 감쪽같이. 한 남자의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인 그녀가 흔적조차 없다. 남편은 경찰과 함께 아내가 실종되던 날 행적부터 도돌이표 찍듯이 샅샅이 되짚었으나 허사였다. 타고 나간 자동차도 땅으로 꺼졌는지 공중분해 됐는지 종적이 묘연하다. 유일한 단서라곤 실종 당일 집 근처 주유소에서 주유하느라 CC카메라에 잡힌 마지막 모습. 여자는 휴대전화가 없어서 위치 추적도 불가능했다. 경찰은 다각도로 수사를 펼쳤다. 처음엔 바람난 주부의 단순 가출로 초점을 맞췄다가 주변 인물 탐문과 유선 전화 통화기록, 신용카드, 통장 입출금 거래 내역, 집 컴퓨터까지 뒤지고 나서야 단순 가출이 아닌 사고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녀는 컴맹이었다. 게다가 면허 딴 지 겨우 6개월 된 초보라 당시 전후로 인근 지역의 교통사고를 전면 재조사했지만 단서는 포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