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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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S가 돌아왔다
S가 돌아왔다 윤지양 스페인어 선생이 나에게 말했다 H는 묵음입니다 발음하며 뒤뜰에 묻은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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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소설
소설 윤지양 P가 언성을 높이는 것을 듣는다. P는 유튜브를 통해 정치와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이것저것을 말했다. 나는 그가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다만 그는 자주 빨갱이 소리를 했고 독재 국가 하에서는 국방력이라도 강했다는 말을 했다. 나는 독재를 모른다.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력 또한 모른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기어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폭격을 모른다. (...)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절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절망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수많은 말들을 늘어놓았다.1) 나도 그처럼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많은 말을 늘어놓을 수가 없다. 내 생각은 둔하고, 섬세하게 뻗어 나가지 않는다. (...) 하나의 생각은 하나가 되지 못한 생각을 부른다. 생각은 점점 닳아 없어진다. 그러나 구체적인 말은 더욱 구체적인 말을 부르고 점점 더 뾰족해진다. 토마토를 찌른 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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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시와 비평의 관계에 대한 질문-2020년대 시의 좌표계
생각은 기호화된 기억이여 기억하는 것은 ― 윤지양 「기억 비평」 부분(『문학과사회』 2020년 봄호) 윤지양의 「기억 비평」은 전위시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전통적 서정시가 보여주던 질서나 규범은 무시돼 있다. 위 시에서 화자는 기억에 대한 사유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억은 주체의 정체성을 만드는 중요한 기제이다. 현재의 육체는 과거의 육체와 다르지만, 현재의 기억은 과거의 기억에 기반하기 때문에 동일하다. 육체의 장기들은 일정한 기간마다 새롭게 생성된다. 그러므로 ‘나’가 ‘나’일 수 있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기억이다. 시적 화자는 “(세로 세포와 가로 세포 실험 찾아 볼 것)”이라고 말하며 이 사실을 지워버린다. 인간의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워질 수 있다는 망각곡선을 표현한 것이다. 전통적 서정시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시적 실험이다. 주체의 정체성을 만드는 기억은 특별한 시도가 없을 때는 자연히 소멸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