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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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오염, 오류, 오독
손상된 것으로서의 오류,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기억의 속성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오류는 유독 기억의 주체인 당사자에게만은 보이지 않는데 더 꼬집어 볼 것은 이렇게 되살려진 기억, 특히 자발적으로 돌이킨 기억은 과거의 현재, 지금의 현재와 관련하는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4) 정리해서, 과거란 기억이라는 회로를 통해 시간을 옮겨 앉으면서 현재에 끊임없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소설-내-소설은 유경을 “사유하게끔 강요하는 것과 맞닥뜨리는 우연성”,5) 즉 비자발적 소환을 유도하면서 소설 자체를 삽시간에 유경의 알리바이, 변명으로 바꾸어 놓는 장치로 기능한다. 주인공이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굴레』만은 읽지 않았으며 시를 쓸 때도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는 쓰지 않는다는 데서 엿보듯 유경은 자신의 약점과 마주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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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비판의 비판
아직 완결되지 않은 형성과정(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거치고 있고, 아마도 계속 거치게 될지도 모를 형성과정) 중에 있는 자기-의식적인 개별적 인간의 인식활동으로 이해될 수 있는 과학에서 오류 없이 도달될 수 있는 진리, 주관성 없이 도달될 수 있는 객관성이 존재할 수 있는가? 오히려 진리추구에서 오류(혹은 비-진리)는 어떤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거나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객관성을 추구하는 과학에서 주관(자기-의식적 개인)은 그저 수동적인 구경꾼에 머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능동적이고 결정적인 작인의 역할을 하고 있거나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유비의 과학에서는 진리와 비-진리, 객관과 주관의 대립적 구별 또한, 자기-의식적 개인의 내면적 자유를 가능하게 하면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본질적인 내적 관계성의 운동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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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아름다운 병」외 6편
라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금방 한 말을 또 하는 사람 곁에서 금방 들은 귀로 또 들어주는 이런 반복의 오류 속에서 우리는 맑고 깨끗하게 씻기는 건지도 몰라 그러므로 내가 누구인지를 애타게 묻는 당신의 질문은 수시로 까무룩 당신을 잊는다는 것 그러니 괜찮아 전화기를 들고 전화기를 찾는 것 방금 한 이야기를 처음 하는 것처럼 또 하는 것 어제는 모르고 부재중인 지금만 아는 것 활짝 활짝, 이라는 말 더 이상 필 것 없이 눈이 부신 말 허공과 부재의 정수리가 팽팽하게 맞닿아 주름 없이 편편하게 펼쳐진 말 첫눈이 내리던 기억 속의 그 아침처럼 그저 눈부시고 그저 아름다워 마른입 속으로 침만 조용히 삼키게 되는 말 여러 개가 겹겹으로 어우러지면서 둥글둥글 얇게 빚어지면서 절정의 첨탑으로 치솟다가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