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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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예술 분과로서의 나르시시즘
그래, 뭐 요약하면 예술 분과로서의 정자 기증 이런 건가? 울리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예술 분과로서의 정자 기증이라···. 수염은 시간을 집어삼키기라도 하듯이 입을 쩍 벌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아니 대체 정자 기증 이야기를 몇 시간을 한 거야? 아주 있지도 않은 정자를 기증이라도 할 기세네. 수염이 손목시계가 없는 손목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 마치 울리희를 향해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미사일을 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울리희는 아무 말 없이 수염을 쏘아보았다. 미사일이 힘없이 격추되어 테이블 위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러나 울리희는 수염의 도발을 너그러이 수용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그러니까 울리희는 정말로 있지도 않은 정자를 기증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었다! 울리희의 뒤늦은 자각과는 별개로 울리희가 정자 기증을 열렬히 원한다는 사실은 아주 논리적인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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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시장에서 생태계로
이것은 예술 생산의 구조 변화 양상까지 가늠케 한다. 달리 말해 지금의 이야기는 예술가의 변화를 넘어 그들이 창조하는 작품의 구조, 메커니즘, 형질 변화도 함축하는 것이다. 실제 오늘날 예술, 문학이 시장 안의 상품으로서의 위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 문학도 상품인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냉소적 반문에 부딪힐 때도 많다. 예술에 있어서 상품-시장 관계는 그 어느 때에 비할 수 없는 헤게모니를 갖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가령, 미적 자율성과 같이 자본주의 시장에 대해 스스로 타자화하던 예술의 이념조차 어쩌면 익명의 시장 속 예술적 생산이 제한적으로 보호되던 특별하고 짧은 기간의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20세기 말부터 새로운 세기를 진단하는 이들은 다양하게 외부소멸 테제(자본주의 바깥은 없다)를 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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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법과 문학, 오만과 편견을 넘어
우리의 경우에도 학문이나 문학 분야에서 적잖은 필화 사건이 있었다.5) 예술 쪽으로 넘어오면 사회의 금기에 도전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윤리는 벽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법률이 정해 놓은 선을 넘나드는 예술의 예를 열거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