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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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우천 시 다이빙
상처받은 예비 교우들을 영원한 행복으로 초대합니다, 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을 말야. 그걸 보자마자 딱 네 생각이 났었어." "거기가 영원한 행복이 아니면 어쩔 건데?" "나는 장담 못 해. 근데 그 성당은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차 있는걸. 타인에 대해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정말 흔치 않아." 무작정 성당에 갔다. 초입에는 정말로 영원한 행복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나는 내 모습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애써 걸음걸이를 똑바로 했다. 이곳에서 행복이라든지 평화 같은 것을 모조리 가져올 작정이었다. 걱정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다시 내 것으로 하고 싶었다. 건물에 들어갔다. 위층에서 악기 연주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성가를 불렀다. 음절 사이사이로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게 섞여 들렸다. 나는 계단을 올라 미사당 문을 열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악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목격만으로도 모든 것이 파악되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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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속인주의」외 6편
죽이는 몸으로 진화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 피 묻은 자신의 손이 오래된 미래라는 걸 알았을까 살기 위해 죽이던 몸이 죽이기 위해 살게 될 줄 알았을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거라고 환호하던 사람들은 마치 인류의 희망이 된 듯 뜨겁게 포옹했지만 이십 세기가 끝나기도 전 걸프만 밤하늘에 불꽃놀이처럼 날아가던 수많은 미사일과 이십일 세기가 되기 무섭게 뉴욕 쌍둥이 빌딩에 꽂혀버린 비행기는 맨 처음 살인을 저질렀다는 구약의 아벨을 닮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망령 자기가 태어난 지도 모르고 죽어버린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인큐베이터 속 조그만 발이 영영 듣지 못할 악보에 찍힌 작은 음표 같은 밤 아무런 속죄도 받을 수 없는 멸망의 밤은 그렇게 올 것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무저갱 속으로 능욕을 모르는 탐욕과 영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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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님의 침묵』과 화엄사상
‘평등세상’을 이루고자 한 만해선사의 수많은 활동과 저술 작업은 사실 우리 민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요, 인류의 영원한 평등평화를 이루고자 한 대승보살의 큰 열망으로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그중 시집 『님의 침묵』은 한민족의 위기 속에서 길어 올린 영원한 ‘화엄의 꽃’으로 인류사에 길이 빛날 것입니다. 『님의 침묵』의 위대함을 밝히고 전달하는 일에 졸저 『님의 침묵과 화엄사상』이 조그만 돌다리 구실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