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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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비에게
비雨에게 ─ 또는 B에게 여성민 B는 갔다 오늘 비가 올 확률은 30퍼센트라고 말했다 어떤 우산을 펴면 얼굴처럼 빗방울이 돋아난다 모든 우산의 밑은 독방 B는 반드시 온다 너는 적막하다 말하고 정확해진다 비가 온다 말하고 B로 온다 비는 뿔이다 뿔의 방식으로 오고 뿔의 목적으로 온다 세상의 모든 뿔은 투명하거나, 핑크 목을 더듬으며 나는 목젖의 목적에 대해 생각한다 양변기에는 목젖이 없다 오후 두 시의 파티션에는 우산 같은 얼굴들이 있다 우산처럼 얼굴을 펴고 우산처럼 얼굴을 접는다 하루는 일기예보로 시작해 일기예보로 끝난다 천 년이 한결같다 우리는 주의 한다 예보대로 비가 온다는 주의보다 B에 대한 예보는 예정에 없다는 주의다 누구의 목에서 이 비는 쏟아지는지 어디엔가 홀로 목 기울이고 있는 사람 있을 것 같아 목을 들고 너에게로 간다 목젖을 누른다 우산을 펴듯 네 목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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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백진희를 봤다
백진희를 봤다 ─짧은 날개의 역습 여성민 운전석 뒷자리에 네가 있었어 어린 염소들이 배경화면을 뜯어 먹고 있는 버스 안이었는데 뒷모습이었어 백진희다 이름을 부를 뻔도 하였는데 단말기 앞에 네가 있었어 전망 좋은 앞자리에 있었어 미래의 아이들은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 서로를 예방하고 있었는데 너는 햇살 좋은 뒷자리에 있었어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어떻게 뒷모습이 보일까 물을 뻔도 하였는데 버스가 자꾸 예쁜 다리들을 태웠어 나는 창밖을 보다가 결혼을 하다가 하였는데 면사포처럼 거리가 너덜너덜 했어 안장을 얹은 버스는 옥상으로 올라가 전망 좋은 방이 되었어 토마토도 키우고 번지 점프도 하며 버스 안에서 살아요 고민도 하였는데 버스 안에서 너는 버스 정거장처럼 앉아 있었어 내 앞에서 졸다가 변기 레버를 내리다가 하였어 내 무릎에 앉아 내 귀를 내렸어 귀를 내릴 때마다 귀를 닮은 나비들이 태어나 창밖으로 날았어 나는 눈부신 전망을 보며 눈을 부수고 있었는데 너는 한쪽 날개로 나는 나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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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모임 - 한국 소설의 새로운 생태계
구병모 씨의 작품은 한국 소설을 둘러싼 새로운 윤리 의식, 새로운 매체 환경에 대한 질문을 통해 그 외부를 이야기하고 있고, 여성민 씨와 김태용 씨의 작품은 소설의 화법이나 언어에서 한국 소설의 상상적 영토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고들 많았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