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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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어둑시니
나는 세상에 두려움을먹어 치우는 악귀찬찬히 너의 기억을읽어드리리라기억에 영혼을 가라 넣은 자여솔찬히 너의 영혼을 먹어드리리라그럼 너도 나의 숙주가 되겠지또 하나의 내가 생기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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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별
별 서서히 경계를 넘어 오는 내일 우련 밀려오는 어둠은 매일 같이 내 눈에 박이었다 눈감아 잊어 보려 해도 시선 없는 그의 눈이 다시금 나를 돌아 보게 했다 어둑시니 어둑시니 실낱같은 어둠을 꿰고 나니 한땀 한땀 먹먹한 눈이 차오르것다 동자엔 점점이 빈틈만이 남았고 나는 시계를 들어 보이며 그것이 또 다른 오늘의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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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어둑시니에게
문득무서운 생각이 들 때면어김없이 발치에 네가 웅크리고 있다캄캄한 두 무릎 사이에고개를 파묻은 채돌아와 돌아와나를 잊어버렸니 기나긴 지난밤을 함께 지새운 나를 잊었니덮어오는 어두컴컴한 목소리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본다내 무서움은 점점 자라나고침대 귀퉁이를 비어져 나와뭉클거리며 피어오르는 너기억나니북적이는 급식실 안철제 식판에 담긴 밥을 홀로 삼키는 건참으로 배고픈 것기억나니소풍 가는 버스 안빈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는 건참으로 무거운 것기억나니모둠 활동 한창인 교실 안낑겨 들어갈 곳이 없어 우두커니 섰던 건참으로참으로동굴 같은 아가리를 벌린 채끊임없이 내 무서움을 욱여넣고 씹어대며시커멓게 몸집을 불려가는 너잊을 리 없지만 잊어버린 날들을네가 그토록 역겹게 되새김질할 때면나는 시커먼 달력을 토해낸다거꾸로 넘겨보면 분명지나간 날들 번호까지 붙여가며줄 맞춰 앉아있는데얼굴 있는 날이 한 명도 없어귀신같이 무서운죽은 시간의 군단침대보를 새카맣게 물들이며코끝이 마주 닿을 듯거대하게 피어오른 너 어둑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