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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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Cul-De-Sac
이 단어가 매력적이고 자신의 시를 읽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단어를 알고 있기를 자연스럽게 원한다 퀴드삭 막다른 길 이제부터 길 없음 백 야드가 일반 주택보다 많이 확보되어 일대의 집값이 평균 이상을 훌쩍 넘는 동네 작가는 이 모든 이미지가 마음에 들 것이다 인생을 막다른 길에 비유해 보거나 한 길로만 통하는 로터리로 대유해 보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일주일 내내 브런치를 곁들인 퀴드삭을 마주할 것이고 막다른 길 없는 길 진행할 수 없는 길 수려한 건축 공법으로 지은 전원주택보다 막다른 길이 머릿속을 황홀하게 지배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작가는 꿈에서도 퀴드삭을 볼 것이다 어머니가 있었죠 어머니는 제 앞에서 길을 안내하셨습니다 큰 대로를 건너서 작은 오솔길로 저를 이끌었어요 조금 걷다 보니 길이 끊겼고 어머니는 밤의 바다로 황금 로봇이 되어 날아가셨죠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저만 남았어요 작가의 팬들은 황금 로봇 어머니가 날아가고 나만 혼자 된 부분을 특히 좋아할 것이다 강원도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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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이복수 작가 | 전목사의 죽음
내가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삼 년 전 봄날, 양양 오 일 장터에서였다. 은퇴 후 정착한 고향, 남대천 방둑 길 위에서 잠깐 조우한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물은 후 다시 만나기로 다짐하고는 이내 헤어졌다. 삼월 이십삼 일 토요일 오후 세 시, 속초의료원 장례식장–이층 계단을 올라가는 발걸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그만 대성통곡하고 말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염없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엇이 그리 바빠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단 말인가. 우리가 살아서는 만나지 못한 채 이렇게 죽음 앞에서 만나야 하는 슬픈 현실이 송곳으로 가슴을 찌르듯 아파 왔다. 그와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오버랩 되면서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친구 아내가 다가와 나를 부축했지만,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어디론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 목사! 내가 죄인이로세. 죄인이야. 부디 하느님 계신 곳으로 가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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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유정은 유태가 내려주고 간 양양 방면 뜰에 서 있다 휴게소 1층으로 들어갔다. 유태와 창용이 오빠의 가족들이 도착하고 나면 집에 돌아가기 전까진 혼자 있을 시간이 없을 거였다. 유정은 1층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사고는 아직 할로윈 장식이 남아 있는 휴게소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휴게소라기보다는 쇼핑몰 한쪽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정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까지 올라갔다. 서울 방면 주차장과 이어진 출입구로 나가니 꽤 크게 조성돼 있는 공원이 나왔다. 눈앞으로 미산의 산이 보였고, 터널에서 바로 뻗어 나온 내린천교가 1층에서보다 가까운 눈높이로 건너다보였다. 유정은 빈 벤치를 찾아 앉고는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적었다. '선생님, 미산에 잘 도착했습니다.'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유정의 옆으로 무리지어 지나갔다. 유정은 몇 마디를 더 했다. 선생님, 내린천휴게소 화장실이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