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야식
야식 박진규 나는 아파트 단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원의 남자 화장실에서 아내를 찾아냈다. 남자 화장실의 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지켜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고수머리의 남자가 때 낀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을 보았다. 수도꼭지를 잠그지도 세게 틀지도 않아 물줄기는 작은 소리를 내며 배수구로 흘러들었다. 운동을 나왔다 들렀는지 반바지 차림에 셔츠의 목둘레와 겨드랑이는 땀으로 펑 젖어 있었다. 남자는 노랗게 질린 얼굴이었는데 눈물은 흘리지 않았으나 눈이 붉었다. 남자는 몸을 돌려 내 쪽으로 한두 걸음 걸어오다 멈추었다. 강파르게 훌쭉한 볼은 볼품없었고 턱 끝의 염소수염이 지저분했다. 다만 입매는 좀 웃는 듯 부드러웠다. 무슨 까닭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그는 살짝 웃어 보였는데 어딘지 비겁한 사람으로 보였다. 문득 내 얼굴이 이 남자와 닮았을지 궁금하게 여겨졌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천은사 일박
천은사 일박 이동재 천은사 모기는 아침이 다 되어서야 물데 승인지 속인지 밤새 가늠하다가 대자대비 부처님 앞에서 산짐승의 피를 빨아도 되는지 고민하다가 방장선원 옆마당에서 한밤중에 구례읍내 야식 배달까지 시켜 닭도리탕에 소주를 마신 놈들이니 먹어도 되지 않냐고 자문하다가 살짝 응징하데 그래도 아무 할 말이 없데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페
아니나 다를까 야식 타임 전 김 과장이 현장을 둘러보면서 작업량이 달린다고 저에게 지청구를 놓고 갔어요. 이제 밥을 먹고 나면 사람들은 으레 공장 뜰에 집결했어요. 야다브를 필두로 카마수트라를 접목한 요가 수련을 시작했죠. 처음 서너 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얼마 뒤 잠자리에서 강력한 효과를 경험했다는 직원들이 속속 나오면서 참가 인원이 늘어났죠. 고용 형태가 달라 평소 말도 안 섞고 거리를 뒀던 사람들이요.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산 야하다를 보자 눈치를 살피던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하나둘 끼어들었죠. 상상해 보세요.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한데 모여 몸을 엿가락처럼 구부리고 있는 장면을요.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이게 나중에 이슈가 돼 지역 언론인 ‘가야뉴스’에서 취재도 나왔잖아요. 모인 사람이 많아지자 누군가가 공장에 건의해 정식으로 체조 시간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튀어나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