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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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드라마
드라마 안웅선 * 잠깐, 눈 그치면 창들은 모두 햇살로 쏟아져 모든 일기를 훔쳐보았다 * 개새끼, 그래 너는 맨날 너만 생각하지 고요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자 엄마 엄마, 나 안 가 못 가 내가 다시 걔 얼굴을 어떻게 봐 * 정지된 화면, 뻔한 신파, 재벌, 불륜, 살인, 강간, 좀비까지 지긋지긋하고 넌덜머리가 나면서도 * 장롱 속 낡은 이불 위엔 앓는 꽃들로 언 발 하나, 밀어 넣을 자리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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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발신(發信)
발신(發信) 안웅선 당신, 이 세기로 감춰진 사람 문득 담쟁이로 가득한 나라의 왕족 같다 이 세기는 새벽 깊은 해저로 가느다란 시차가 연결되는 공중전화 뒷모습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활주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일로 중독을 이해하기로 해 허공에 대해 오해하듯 자백한다 다시 말하면 구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출발하는 사도들이여, 난 딱 어제만큼 큰단다 여러 날 느리게 항해한단다 공정하게 말해진단다 하지만 다정하진 않아요 당신, 흔적이 아닌 적 있었던가 웃거나 화내지 않음으로 야만의 박동이 된다 간신히 무채색을 꿈꿀 수 있다 덧칠을 덜어낸 화가의 자리 웃자란 가지들이 시야를 벗겨내고 있어요 입술이 붙었다가 간신히 떨어지는 순간을 새벽의 공중전화 숨어 울기 좋은 크기로 일어나세요 나도 사람입니다 여름이란 참 눈에게 많은 무늬를 주는군요 이제 길거리에 팔리는 이야기들이 늘어 가지만 당신, 그것은 발신될 뿐 영원히 수신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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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반사경의 지름
허블 - 반사경의 지름 안웅선 나는 여전히 나를 탓하며 나를 망치고 있습니다 그 여름밤 내가 놓쳐버린 별똥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보정을 거치고야 한 장 손에 쥐게 되는 사진 한 달 이상 어둠에 버려둔 눈으로 시간에 속기 위해 우주를 향해 굳게 편 십자가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나선들과 서넛쯤 많은 희미한 타원들과 사라져 간 백하고도 삼십억 년 전의 빛들을 바라보기만 하는 일은 그만 멈추려고 했지만 홀로 남은 거울 위에서 빛은 빛으로 남기 위해 온몸으로 부서지는 중이고 날카로운 빛의 파편들이 세계를 가득 채우는 아침 나는 당신이 죽은 사람들이 모두 별이 된다는 오랜 믿음을 아직 주머니 속에서 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다시 내 머리 위에서 가장 어두운 하늘을 숨죽여 바라볼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오래 바라본다면 여름은 항상 찾아옵니다 은하수 바깥 많은 별들이 흐르는 대기도 계절도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오늘 내가 잃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