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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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가능의 세계
악플 금지 연관 검색어와 함께 그녀가 출연한 연예 프로그램도 링크돼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어차피 죽을 건데···.” 여자가 무심하게 말했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생은 한 번뿐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는 자기는 얼마나 살았다고. “걔는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긴 해도 유명한 쌍둥이 언니 때문에 그림자처럼 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이해가 됐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휴대폰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진아의 여동생과 함께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인증 샷을 보내라는 요청이 날아들었다. 「헐, 대박. 개이쁨.」 편의점 내부는 냉장고 앓는 소리만 났다. 나는 어둑한 바깥을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비닐하우스 단지 너머로 장례식장 간판이 빛났다. 여자는 밤바다에 떠 있는 크루즈처럼 보인다고 했다. 나는 동해에서 보았던 오징어잡이 배를 떠올렸다. “졸라 재수 없는 생일이다. 그만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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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모임 - 한국 소설의 새로운 생태계
이렇게 하면, 이래서 문제라고 하고, 저렇게 하면 저래서 문제라고 한다면, 사실 작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닌 건데, 뭔가 완벽성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한 작가의 창작 활동을 원천적으로 불가하게 하는 것 같아 거친 악플 행위가 불편했어요. 정홍수 : 댓글의 익명성은 비판의 공간을 넓히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말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거죠. 또 길게 타래를 만들어서 상당히 전문적으로 비판의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툭툭 말꼬리 잡는 식의 비판들이죠. 작품의 맥락을 살피는 차분한 비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리의식의 확장에 대응하는 새로운 비판이 문학 작품에 가해질 수 있겠고, 그런 면에서 지금의 SNS가 어떤 과도기적 기능을 하는 측면도 분명 있겠죠. 그러나 문학 작품에 대한 비판은 기본적으로 이해와 공감을 포함하지 않을 때 공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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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 웹진》 2021년 기획 연속좌담 ‘등단’ 3차 : 모색
근데 그 링 위에 올려지는 게 당연히 순기능만 있을 수만은 없고, 아주 많은 부당한 악플, 아주 많은 부당한 비판, 뭐 “아, 이번에 《한국일보》 당선된 거 봤는데, 진짜 못 썼던데 내가 더 잘 썼는데 왜 됐는지 모르겠다.”라는 악플이 굉장히 많이 쏟아지는데, 저는 사실 그 차원의 문제를 고민했던 게, 예를 들어 기자들도 악플 굉장히 많이 받거든요? 근데 저희는 약간 훈련이 되어 있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 내가 소설가로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데뷔를 했는데 갑자기 만인이 나의 소설을 볼 수 있는 그 링 위에 강제로 올려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지만, 독자가 이 작품에 대해서 얼마만큼 진지하게 접근을 해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악플의 세계는 누구라도 헐뜯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가 케어를 해드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그런 거는 무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