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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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원인
서울은 몇 시일까, 떠나온 마을에선 누가 더 죽지 않았을까, 빌딩과 마을회관, 가로등과 연등, 누가 사라졌거나 나타났다가 돌아왔거나 떠났을 덩어리 모양의 풍경. 의문이 생기면 의문으로 남기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음악의 천장을 지나 시가지로 이어지는, 마을 어귀로 돌아가는 사라진 나의 모습들. 도로에서 차가 충돌했다. 2018년 12월. 겨울. 눈 내리는 광경을 자주 보지 못했다. 뭔가 멈춘 걸까. 의사는 떠올리지 말라고 했다. 나는 오는 중입니까. 온다면 어디를 경유하는 중입니까. 떠올려도 떠오르지 않는 잃어버린 시절들. 물어보면 딴청을 피우는 것 같았다. 일정이 없는 날에는 작업실에도 나가지 않고 거실을 빙빙 돌았다. 창문 너머로 반대편 건물 옥상에서 일광욕을 하는 노인들이 가끔 손을 흔들었다. 방음벽을 설치했지만 스피커는 두지 않았다. 공원으로 가는 계단에 앉아 있을 때면 빌딩 유리에 반사된 세계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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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야구란 무엇인가 (제7회)
벽시계는 지금 몇 시일까? 액자는 어떤 사진을 품고 있을까? 저 구멍에 박혀 있던 대못은 어떤 옷을 걸치고 있을까? 염병할 염소의 십자가는 어떤 염병할 기도를 듣고 있을까? 사내는 구석에 쌓인 쓰레기 더미도 샅샅이 뒤진다. 목이 부러진 효자손, 부러진 효자손의 목, 상표가 닳아버린 건전지, 상표가 반쯤 남은 건전지, 상표가 온전히 남은 건전지, 옷처럼 보이는 누더기, 누더기처럼 보이는 옷, 옷이었던 시절의 기억만 간직한 누더기, 옷이었던 시절의 기억마저 잃어버린 누더기, 신발 깔창 한 짝, 구멍 난 양말 한 짝, 구멍 안 난 양말 한 짝, 연료가 바닥 난 라이터, 깨진 사발, 깨진 사발의 조각, 깨진 사발의 조각의 조각, 너구리라면 봉지, 너구리라면 스프 봉지, 너구리, 너구리, 너구리, 너구리,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