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시장에서 생태계로
요약건대, 2010년대 이래로 지금까지 내내 한국의 문화예술계가 겪어 온 감각과 정동과 의제들은 공기처럼 자연화한 무한경쟁, 우승열패, 승자독식 등에 대한 피로감이나 무뎌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모두들 예술을 둘러싼 낭만주의적 신화에 한편으로는 발을 딛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시장 안에서 ‘가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에 쫓겨 왔음을 인지한다. 상례화한 불안정이 제2의 자연이 되어 간다. 신자유주의의 이른바 ‘품행통치’는, 직역(혹은 정규/비정규)을 막론하고 자신의 불안정함에 스스로 적응하게 만든다. 이것이 처음에 이야기한 소설들에서 엿보았듯 오늘날 텍스트 역학의 조건으로 놓여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4)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해외 사례의 비교에 대해서는 이동연, 「예술노동의 권리와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예술행동」(《문화과학》, 2015년 겨울호)에 그 내용이 상세하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작품 출판의 독과점 때문에 기존 출판시장에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승자 출판사에 대다수의 문인들이 종속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지요. 경제학적으로 보면, 자본의 독점이 강화될수록 중소 출판사는 물론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까지 종속되어 가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자본에 일정한 긴장을 형성하고 있어야 할 출판 시장에서마저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 자본을 비판해야 할 지식인의 위치에서 보면 아주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 출판시장에 대대적 광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작가들마저도 ‘왜 내 책 광고는 해주지 않는 거냐’라는 불만을 토해 내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실은 그 불만이야말로 자본에 종속되는 사태의 표현이거든요. 그러니까, 출판의 상업화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내 책 광고를 해달라는 모순적인 주장이 나타나는 거지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풍경을 다시 크롭하기 2
승자독식, 무한경쟁, 적자생존의 유사-자연적 정글로 변화한 사회에서 가장 절박한 관심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 ‘목숨 그 자체’, 즉 ‘생존’의 문제로 집약되기 때문”19)이라는 김홍중의 사회학적 분석이 “좋은 곳”을 찾지 못하는 황인찬과 송승언의 텍스트에 적용된 결과가 바로 박상수의 입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식을 수용한다고 해도 ‘믿지 않는’ 10년대의 시적 주체는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었다. 말하자면 텍스트에는 10년대의 시적 주체가 드러내는 ‘없음’의 감각은 실패를 피하고 전능감을 보존하는 것으로 읽힐 필연성이 없다. 이러한 차이는 비평 속의 사회학이 전제하고 있는 시인의 신체가 여러 ‘장치’들에 의해 호명되고, 신자유주의적 리듬을 문신처럼 온몸에 두르고 있는, 속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낙차는 ‘환상’이라는 개념을 통해 마름질을 거쳐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