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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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당신들이 알고 있는 당신들이 궁금해!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당신들이 알고 있는 당신들이 궁금해! - 『안네의 일기』를 읽고 쓰던 날들 이소연(시인) 내가 처음 『안네의 일기』를 읽은 것은 중학교 1학년 겨울이었다. 그래서인지 『안네의 일기』를 생각하면 붉은색 잔 꽃무늬 이불과 뜨듯한 방바닥, 그리고 무엇보다 삐드득거리며 속수무책으로 내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던 옥상의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차례로 떠오른다. 우리 집은 저층 아파트 건물의 맨 오른쪽 꼭대기 층이었다. 나는 그런 집의 위치가 퍽 마음에 들었던가보다. 아파트 한쪽 모서리에 불을 밝히고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고는 대단히 흡족해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마도 안네가 자신의 은신처를 소개하는 대목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거의 매일(상황이 안 될 때는, 한두 장씩일지라도) 반복해서 읽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대단히 괴로우면서도 기뻤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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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아이가 되어, 머무는 공간!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아이가 되어, 머무는 공간! -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 박세미(시인) 베란다의 차가운 타일 바닥에 오래 앉아 있었다. 낮에는 하얗게 뿌연 공간이다. 가위질할 곳 없이 매끄럽게 뻗어 들어오는 햇빛, 그 사이로 먼지들이 가끔 반짝였다. 밤에는 오히려 선명했다. 창 너머로 내 모습이 보일 정도니까. 금방이라도 유리창이 깨질 것 같았다. 마음이 자꾸 어두워질 때, 나는 내 몸을 그 바닥에 앉혔다. 그리곤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요즘에는 학교 과 도서관에 간다.(나는 건축과 학생이다.) 이름만 도서관이고 주인 없는 책들이 쌓이고 쌓여 창고가 되어버린 방이다. 늘 잠겨 있는 이상한 방이다. 천장 높이의 서가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한쪽 구석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는 방. 나는 매일 건물 관리자에게 열쇠를 빌려 그 방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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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인생은 패스트리처럼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인생은 패스트리처럼 겹겹이 부푼다 서유미(소설가) 강의실의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서관 서가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지곤 했다. 몇 년 전에 지역의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라는 주제로 육 개월 동안 진행했는데, 이십대부터 칠십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모였다. 모녀가 함께 수강하는 경우도 있고 부부가 같이 나오거나 친구끼리 듣는 분들도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수업이라 하루는 좋은 글을 읽은 뒤 느낌을 나누었고, 그 다음 수업에서는 짧은 글을 직접 써보았다. 무료 강좌였지만 초여름에 시작한 수업은 단번에 어떤 열기로 끓어올랐다. 젊은 분들은 앞자리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고 작품에 대한 반응이나 흡수도 빨랐다. 멋진 소설을 쓰겠다며 포부를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