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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공개인터뷰_나는 왜] ●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리시안셔스 성동혁 눈을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열고 정말 눈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도 미래가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온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왜 내가 잠든 후에 잠드는가 눈은 왜 내가 잠들어야 내리는 걸까 서랍을 안고 자면 여름에 접어 두었던 옷을 펴면 증오를 버리거나 부엌에 들어가 마른 싱크대에 물을 틀면 눈은 내게도 온전히 쌓일 수 있는 기체인가 당신은 내게도 머물 수 있는 기체인가 성에가 낀 유리창으로 향하는, 나의 침대 맡엔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내가 아주 희미해지면 누가 앉아 있을까 마지막 애인에겐 미안한 일이 많았다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내가 나중에 아주 희미해진다면 화병에 단 한 번 꽃을 꽂아 둘 수 있다면 바람 종이를 찢는 너의 자세 나는 기상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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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_성동혁 시인편] 최저음부의 풍경을 그리는 소년 사도
아마도 오늘은 [나는 왜] 사상 동료 시인들이 가장 많이 온 인터뷰가 아닐까 싶은데요, 우선 오늘의 주인공인 성동혁 시인의 프로필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성동혁 시인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6』(민음사, 2014)이 있습니다. [나는 왜]에서 꼭 한 번 모시고 싶은 분이었는데 마침 시집이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초대했어요. ▶ 성동혁(이하 성) : 네, 감사합니다. 조금 어색하기도 하네요. ▶ 이 : 그 어색함을 좀 누그러뜨리고자 [나는 왜] 공식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볼게요. 성동혁 시인을 문학의 길로 인도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지, 어떻게 시를 쓰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성 : 왜 시를 쓰게 됐는지, 어떤 계기가 있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저는 사실 특정 시인을 동경했다거나 어떤 작품을 보고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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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자몽
자몽 성동혁 당신 떠돌아다니는 외동딸이었지요 신에게 쫓겨난 유월의 장미였죠 흰 장미였죠 금서 같은 어미의 배를 두들기는 당신 문맹을 벗어나고 흐릿한 물살을 가르고 엄중한 어미여 그를 다스려 주소서 나 채찍처럼 태어난 그의 동생이지요 누이 누이 당신 피의 포말 속에서 규율 속에서 타율적 은총 속에서 떠돌아다니는 외동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