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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의 시선, 타자의 시학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서지영 1. 백석에게서 노마드의 영혼을 보다 백석은 우리에게 민족, 전통, 고향, 그리고 동양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시인이다. 1936년 1월 20일 그가 발행한 시집 『사슴』은 평안도 북부 지역의 풍부한 방언을 바탕으로 관서 지방의 관습과 일상을 재구성하고, 전설?민담 등의 민속적 내러티브를 독특한 시적 스타일로 형상화함으로써 당대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김기림은 “『사슴』은 그 외관의 철저한 향토 취미에도 불구하고 주책없는 일련의 향토주의와는 명료하게 구별되는 모더니티를 품고 있는 것이다”고 하여 백석 시의 핵심을 간파하였다.1) ‘전통’(향토 취미)과 ‘모더니티’, 상호 이질적인 이 두 요소의 결합이 백석 시의 ‘유니크함’을 구성하는 비밀스러운 구조임을 김기림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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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사건이 된 여성, 여성이 된 사건
(서지영, 〈산책, 응시, 젠더 : 1920~30년대 ‘여성 산책자’(flâneurie)의 존재방식〉, 《한국근대문학연구》 21호, 한국근대문학회, 2010, 233쪽) 12) ““넌 오텔디유로 가게 될 거야!” 나는 개인 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나 같은 여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란 그 병원뿐이라고 알려주고 싶은 듯 그는 ‘오텔디유’라고 단호하게 한 번 더 말했다.” 각주에 따르면 오텔디유(Hôtel-Dieu)는 빈민과 고아, 순례자를 돌보기 위한 공립병원이다.(『사건』, 66쪽), “그는 벌려진 내 두 다리 앞에 서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빌어먹을 배관공이 아니야!””(『사건』, 68쪽) “돌연 밖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차도 한가운데를 나란히 걸었고, 희미한 빛이 드리운 건물 벽 때문에 전망이 막힌 듯 보였던 파사주 카르디네 끝까지 걸어갔다. 장면이 느리게 전개된다. 날이 아주 밝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