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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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산문] 아이들은 커서 분명 어른이 된다
김종권 (필명 : 벨) 2015년도 사이버문학광장 창작광장 산문 부문 연간 최우수상 수상자 《문장웹진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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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산문 부문] 바람
[2010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작] 바람 조현빈 바람이 분다. 나무 사이로, 가지 사이로, 이파리들 사이로, 꽃이 져버린 철쭉의 무성한 초록 무덤 사이로, 벚나무 아래 낡은 벤치에 앉아 칭얼대는 아기 달래고 있는 할머니들 사이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주차장의 차들 사이로, 계단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경비원 아저씨의 실랑이 사이로, 이따금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101동과 104동 사이로, 102동과 103동 사이로, 아주 오래된 살림살이 민망하게 드러난 아파트 공터 옆 재활용센터와 세상 모든 종이의 무덤인 고물상 사이로, 지루한 대지와 더없이 허무한 허공이 만나 부서지는 사이, 그 사이로 오늘도 바람이 분다. 아홉 살 때였다. 바람은 어디에서 나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러니까 바람의 본적과 존재에 대해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것은 꽤나 심각한 고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바람의 존재에 대해 물으면 너나 할 것 없이 파안대소했다. 더러 머리를 쥐어박거나, 엉뚱한 생각 말고 그 시간에 공부나 한 자 더하라는 잔소리가 쏟아졌지만, 유일하게 내 질문에 가장 성의 있게 대답한 이는 머리 좋은 큰오빠도, 학교 선생님도, 마을에서 가장 연로하셨던 어른도 아니었다. 광덕사의 늙은 스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내 깜찍한 질문에 머릴 쓰다듬으며 부처님 같은 미소로 바람의 존재를 가르쳐주고는 그 자리에서 나를 손녀로 삼은 양할아버지 스님이다. 해마다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면 끼니 걱정이 마를 날 없는 집안 형편에도 할머닌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쌀 두어 말을 이고 비탈진 비봉산길을 가뿐히 오르셨다. 먹이를 쫓는 사냥꾼의 날랜 걸음으로 단숨에 절 마당에 들어선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놓았을 때, 우르르 바람 한 무리가 몰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달아난다. 그 바람의 꼬리를 잡고 뒤뜰 대웅전에서 들리던 목탁 소리가 일순간 초록 물감으로 번지고, 맑은 목탁 소리 따라 풍경 소리마저 은은한 무채색으로 퍼진다. 바위틈으로 졸졸 물이 새어 나오고, 절의 내력을 품어 안은 늙은 향나무 한 그루가 목을 축이고 있는 광덕사의 고요, 그 고요를 흔들며 까르르 웃음보 터뜨리는 바람, 저 바람을 알고 싶어요, 스님. 사천대왕 눈썹마냥 사나운 얼굴의 개 한 마리가 컹컹, 염불이라도 외는 듯 짖어대자 바람도 일순간 한없이 유순한 표정이 된다. 가시 많은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어슬렁거리던 햇살이 하품을 하는 오후, 해우소를 다녀온 사이 지나간 바람의 모습을 본 적이 있냐고, 바람의 존재에 대해 묻자 불공을 드리러 온 보살님들이 한바탕 난리 웃음 굿을 펼친다. 샐비어마냥 샐쭉해진 표정으로 입을 내밀고 있자 한 보살님이 내 귀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저어기. 대웅전 안에 계신 큰 스님한테 여쭈어 보렴 네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바람의 속도로 대웅전 법당을 향해 달렸다. 바람이 운다. 고요하던 아침 햇살도 울고, 얼어붙은 고드름이 눈물을 흘린다. 할머니 손길을 받아 이장님 대머리처럼 빛나던 장독들도 눈물바람이다. 마루 밑 강아지도 무엇이 슬픈지 어미 품에서 하루 종일 울어대고 있다. 축축해진 바람이 울음 소리를 타고 마당에 잠시 머무는가 싶더니 살구나무 위로 올라간다. 초점을 잃은 나는 하염없이 앞산만 쳐다봤다. 멀리 동구 밖 느티나무가 떠나는 할머니를 배웅하듯 손을 흔든다. 할머니를 태운 상여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드디어 고개를 넘어간다. 울 힘도 없는 상주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는 바람. 눈물콧물 바람인 오빠와 동생의 어깨를 토닥토닥 쓰다듬는 바람, 바람이 만져졌다. 빈집 장독대 옆에 앉아 툭 툭 눈물 터트리는 봉숭아 여린 잎을 어루만지는 바람, 그 바람이 부르는 소리 듣지 못하고 장날이면 몸빼 바지 입고 날랜 장정 걸음으로 사라지던 산마루를 넘어 꼬불꼬불 다랑이논을 지나 선재네 뽕밭 위에 묻힌 할머니. 그 할머니 심심할까 봐, 일 년 삼백예순 다섯 날 바람이 와서 울고, 바람이 와서 노닐고, 바람이 와서 잠자고, 바람이 와서 웃고, 바람이 와서 노래하고, 바람이 와서 떠들고, 서울 간 여섯 손자 손녀 소식 들려주고. 부는 바람 덕분에 울 할머니 저승 가서도 하나도 외롭지 않다지, 심심하지 않다지. 요즘 바람났다. 바람이 나서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걸으면서도, 산책하면서도,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공원에 앉아서도, 책상에 엎드려서도, 밥을 하면서도, 일기를 쓰면서도, 라면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심지어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도 웃음이 난다. 이런 바람은 평생 피워도 좋다. 늙어서 다 주책이라 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춤바람보다 즐겁고 신나고 치맛바람보다 거세어 정말 못 말리는 늦바람. 바로 문학에 대한 짝사랑,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나만의 즐거움이라니, 착각일지라도 절대 깨고 싶지 않은 나의 바람은 낫지 않을 불치병, 속수무책 감당 못할 언감생심 꿈이어도 좋아라. 내 살아 있는 동안 꿈꾸는 바람은 이렇게 글을 쓰며 늙어가는 것. 또다시 바람이 분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삶을 향한 열렬한 짝사랑이 눈을 뜨고 가만히 나를, 바깥을, 저 세상 너머를 응시한다. 골목을 빠져나간 바람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초록을 머금은 바람이 숲속을 헤맨다.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목을 간질이고 달아나는 바람의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쟁이다. 쥐똥나무 곁을 맴돌며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 강아지처럼 바람의 코가 벌렁거린다. 파지를 싣고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등을 밀어 주는 바람의 손이 어여쁘다. 저 하늘과 대지 사이, 나무와 나 사이, 나와 너 사이, 그리고 우주와 우주 사이, 끝없는 사이. 사이, 사이, 사이, 사이, 사이, 세상의 모든 사이로 오늘도 바람이 분다. 《문장웹진 2월호》 수상소감 느린 걸음이었습니다. 있는 힘껏 달리지도 않았고, 숨이 턱까지 닿도록 죽을힘을 다하지도 않았습니다. 빨리 도달하기 위하여 달리면 그 속도만큼 놓치는 것이 있을 테고 놓치는 것이 많을수록 내 삶은 더욱 건조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밀감 닮은 기억이 등불을 켤 때마다 끼적이곤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람이 들려주는 나지막한 이야기와 텅 빈 고요가 주는 충만을 어렴풋이 알 듯도 한 세월이지요. 별처럼 추억이 빛나는 밤마다 내 곁을 떠난 사람들과 그들이 떠난 자리에 쓸쓸한 바람이 평생 맴돌 겁니다. 그러나 천천히 걷고 또 걷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어느 날, 환한 꽃길이었음을 알게 되는 날 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그저 한발자국 겨우 내딛은 것뿐. 느려터지다 못해 게으른 내 발걸음을 보시고 이제 좀 더 속력을 내라는 재촉으로 알겠습니다. 내 글쓰기의 꽃길이 되어 준 '문장'과 선하여 주신 김소연, 서성란 선생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 조현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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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수상작 구분 시 산문 아동문학(동화) 장원 박다은, 「지나가는 것」 오유경, 「미완의 영화」 안보라, 「친구까지 삼십 센티」 최영희, 「백발의 기수」 우수 김현진, 「달리기」 전앤, 「영화」 - 《문장웹진 2021년 0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