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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특별기고]서로 손-잡기의 협력은 예술이다
산문시 형식이어서 낯선 탓이었을까. 동자동 쪽방촌 주민 10여 명이 참석한 상담소 강당에는 잠시 선풍기 소리만 들려올 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누군가가 이 시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일구구팔년 일월 팔일’이라는 구절에 주목한 뒤, “아이엠에프(IMF) 시절 이야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순간 10여 명의 쪽방촌 수강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 시의 메시지에 격한 공감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여름 폭염 속에 쪽방상담소에서 진행된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하는 민들레문학 특강이 이루어지는 수업 장면이다. 비슷한 풍경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양평쉼터,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 비전트레이닝센터를 비롯한 서울시 20개 노숙인 시설에서도 동시에 연출되었다. 노숙인 혹은 쪽방촌 주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노숙인들이 자존감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2012년에 제정된 <민들레예술문학상> 활성화 차원에서 문학 수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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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역(逆)겨워’와 ‘역(力)겨워’의 거리
근대 자유시 양식이 확립되기 전인 1920년대 초까지, 시의 형식 명칭을 ‘소곡’ ‘단곡’ ‘산문시’ 등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민요시’라는 명칭은 「진달래꽃」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런 이유로, 이 시는 ‘민요시’라는 범주에서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글에서는 「진달래꽃」의 주제인 ‘사랑’과 ‘이별’의 관점으로 되돌아가서 시를 다시 읽어 보고자 한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꽃」 전문 먼저, 이 시가 구성하고 있는 시적 상황을 살펴보자. 한때 사랑했음에 분명한 두 사람이 이별을 앞두고 있다. 사랑을 버리고 떠나려는 주체는 시적 화자가 아니라, 시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