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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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뼈
뼈 골다공증 걸린 나목들이 언덕에서 저린 겨울을 붙들고 있습니다. 배부른 먹빛 하늘을 비껴 달아나는 새들의 족적은 금세 지워집니다. 몇 걸음마다 몸의 바닥을 치고 오르는 숨이 가쁩니다. 달리기를 삭제한 무릎 관절은 일그러진 삼각도형의 걸음으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언덕을 넘습니다. 관절염은 관절에 염을 하고 뼈다귀의 원형만 남겨두었습니다 뼈의 속성은 지탱하는 것입니다 잠시 쉬던 새가 날아간 나무의 뼈, 몸통을 붙들고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뼈는 붙들고 서 있는 것입니다 간질간질 뼈가 저려 옵니다 침 흘리던 늙은 개 한 마리가 뼈다귀를 물다 놓아버리고 어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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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뼈
노골이란 뼈를 드러내는 것인데 우산꽂이에 처박힌 알루미늄 뼈, 고무신발까지 신고 있는 저 뻣뻣한 다리를 보고 있으면 뼈에 사무친 것이 불쑥 살을 열고 나올 것 같다. 파헤쳐질수록 더 깊숙하게 숨는 치욕이 앙다문 이빨 사이로 걸러진 욕설처럼 앙다문 이빨 사이로 새어나온 신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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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뼈 교환
수정은 몰랐겠지만 사실 원영은 뼈 교환에 대해 꽤 오래 생각하고 고민해 왔다. 문제는 뼈다. 뼈와 살. 뼈와 살과 피. 수혈을 통해 피를 전부 갈아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것. 살은 어떤가. 불필요한 살을 모두 뺀 후 새 살로 채우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었다. 인간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 그것은 뼈였다. 뼈. 문제는 뼈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건 오로지 뼈였다. 괜히 신라시대에 골품제로 신분을 구분했던 것이 아니었다. 뼈대 있는 집안이란 말을 보라. 결국 본질은 뼈다. 그것이 고통과 수반되어 뼈와 관련된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원영은 생각했다. 뼈 때리는. 뼈 맞는. 뼈아픈. 뼈저린. 뼈 빠지게. 뼈도 못 추리고. 뼈를 깎는. 뼈에 사무치는. 어쩌라는 겁니까. 땅의 말은 건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