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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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비대칭 행성
비대칭 행성 일조량이 동일한 윤중로는 국회 편의 벚꽃을 먼저 부른다 개나리 노랑 진달래 분홍 꽃들은 삼키지 못한 색을 얼굴로 남긴다 봄을 건너는 절름발이는 저는 발을 중심으로 다리를 전다 사고 직전 버스 기사는 핸들을 왼쪽으로 튼다 승객들은 왼쪽 발에 힘을 준다 나미브 사막의 반인목半人木은 고사한 반쪽을 흉내 내며 죽어간다 지구는 원래 반구였지만 불안 때문에 반이 생겼다 자는 동안 몸은 아픈 쪽으로 뼈를 맞춘다 나는 두려운 쪽을 닮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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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증상들
증상들 이설야 공중은 한숨을 걸어 놓기 좋은 장소 한숨이 떠다닌다 한 숨이, 한 숨에게 전염된다 거리는 정지된 화면, 거대한 공터 엘리베이터는 지상 어딘가에서 멈췄고 검은 연기를 내뿜던 굴뚝들은 오던 봄을 돌려보냈다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린 날짜들 세상이 뒤집혔다 공포의 숙주는 생활이라는 불안 불안이 절벽 위에서 지는 해를 소독한다 슬픔을 거래한 자들 아픈 몸들을 인질 삼아 없는 평화를 복제했지 배가 터지도록 무한증식했지 물고기들의 머리를 둘로 만든 지구의 너무 많은 신들 들끓는 지구를 휘휘 저어서 곤죽이 되도록 휘휘 저어서 새로운 지구를 만들었지 서로 등만 바라보는 마스크족을 탄생시켰지 무인상점 앞에 선 한숨이 한 숨, 또 한 숨을 건너가고 있다 넘칠 만큼 넘친 지구는 지금 자가격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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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Memomemo
Memomemo 이화은 그녀는 메모 하네 쉬지 않고 구름의 속도며 초록의 비린내 왼손의 표정 감나무에 펄럭이는 검정 비닐봉지의 의미까지 촘촘히 섹스가 끝나고도 메모하느냐고 내가 장난스레 물었네 해보고 말하겠다고 슬쩍 대답을 비키는 그녀의 기록적인 옆얼굴을 보며 나는 불안 하네 잠시 후 그녀는 오늘의 메모장에 섹스와 나란히 나를 눕힐거네 자비나 긍휼 황홀이나 그리움등과 눕고 싶은데 그녀의 메모속으로 숨어들어 슬쩍 내 짝을 바꿔치기하고 싶은데 신의 제사를 집행하는 대사제처럼 그녀의 펜은 엄숙하네 그녀에게 메모된 구름과 비린내와 비닐봉지와 왼손들이 불안하게 흘러가네 사진을 찍히면 영혼을 읽어버린다고 믿는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처럼 반석 같은 메모위에 거대한 문학의 탑을 세우겠다고, 나는 섹스와 나란히 누워 하릴없이 그녀 문학의 모퉁이 돌이 되겠네 오래오래 남새스러울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