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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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영화감상
작가소개 / 백은선 (시인) - 1987년 서울 출생. 2012년 《문학과 사회》 등단. 《문장웹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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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말 없는 애인
말 없는 애인 백은선 창틀에 앉은 새 몰랐던 것을 사랑하기에 사위가 어둠으로 뒤덮이고 물은 아래부터 솟아오른다 찌극찌극 우는 작고 노란 새 숲은 너무나 먼데 종지에 물과 쌀을 담아 베란다로 나가자 날아갔다 이젠 아무도 필요치 않은 것을 둘 자리가 필요해서 광화문 언덕을 지나 카페에 들어가면 잠깐 숲을 오해하기 좋았다 그게 자꾸만 나를 이끌었고 언젠가는 모든 날이 비로 채워지리라 그럼 새들은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까 벽들이 벽의 단호함으로 세계를 구성하기 시작한 뒤부터 나는 점점 많은 말을 하게 되었다 이기려고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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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청혼1
청혼 1 백은선 돌아보는 순간 혼자 남겨진 남자의 이야기를. 예감할 수 없는 예감을 기록하는 사람의 숙명을. 이 빛은 지운다. 첫 줄에서 지시하는 것과 같이 병들기 전에 했던 병에 대한 발화는 진실을 거느릴 수 없다고. 눈금이 달린 커다란 유리병에 투명한 액체를 쏟아 부으며, 이제 겨울이다. 멀리서 눈이 공중을 휘젓는 냄새가 난다. 나의 피는 정확한 청력 아래 흐른다. 팔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빛이 시작된다. 마른 땅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데려갈 때. 모래 언덕 너머로 둥근 것이 총력을 다해 달려갈 때. 커다란 파열은 생겨난다. 피아노 줄이 뚝 끊어지는 것처럼. 나무가 초록을 밀어내는 간지러움. 깃털 아래서 깃털이 돋아나는 고통. 당신은 누구시죠. 나는 가늠할 수 없는 시야를 확보해요. 이것은 내가 가진 첫 번째 질문. 끝내 알아차릴 수 없을 마지막 질문. 창문을 닫으며 나는 완고한 사람이 됩니다. 창문을 열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