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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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나는 왜 (제1회)]공개인터뷰: 나는 왜 서정을 미인처럼 사랑하나
근데 박준 시인은 그 빈자리를 시로 채운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게임으로, 술로, 책 읽기로 채우고요. 박준 시인은 그 빈자리를 문학으로 채웠다는 점에서 특수한 경우이죠. 박준 시인의 말처럼 생활 속의 생생한 경험들이, 즉 삶이 곧장 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한 역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박준 시의 특징은 이야기가 있는 시, 내러티브가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어요. 식민지 시대에 임화라는 시인이 단편 서사시라는 개념을 쓴 적이 있는데 박준 시인에게는 서정 서사시라는 개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의 삶을 발견하고 그 삶에 다가서려고 하는 시편들이 많아요.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경험들이 궁금합니다. ▶ 준 : 등단 전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시를 쓸 수 있을까 더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때 우연찮게 이런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시들이 등단이 잘 된다는 게 보였어요.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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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집좌담]기적을 엿보다(시부문)
좀 전에 유성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시인의 첫 시집 가운데 특히 황인찬 시집은 새로운 느낌이 있었고요, 박준 시인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약간 다른 방향으로 새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박준 같은 젊은 시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약간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또 나머지 시인들은 첫 번째 시집이 아니고 두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시집까지도 고루 퍼져 있었는데요. 그 여정에서 ‘절정에 도달한 시집은 아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확이 무얼 의미하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이영광 시인의 『나무는 간다』를 보면 잠언적인 어투로 계속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원의 이번 시집은 ‘이원의 시에도 독백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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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백양
백양 박준 당신은 사랑과 전쟁*이 끝나면 빨래를 삶는다 옷깃의 찌든 때 같은 말들은 아껴 두고 뚜껑을 덮는다 단 조정 기간은 30분으로 해 두지 백양 우리 목덜미 뒤에 붙어 있던 백양 들통에서 피어올라 지금 당신을 껴안는 백양 이제 막, 삶은 백양 희끗희끗 백양 엄마 손등으로 자꾸만 가려워 오는 머리를 긁으며 당신이 빨래를 꺼낸다 희어지는 것은 탈색이 아니라는 듯 백양 들이 옥상 위에 구름처럼 걸린다 *KBS2 TV 방영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