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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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우리의 마지막 문장
작가소개 / 박주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실연의 역사』와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 『종이달』, 『고요한 밤의 눈』, 『숲의 아이들』이 있다. 《문장웹진 202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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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박주영 * 내가 재인 K 41을 만난 것은 11월 11일이었다. ― 반가워요. 재인이에요. 기다리고 있던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는 명함을 건넨 뒤 바로 용건에 들어갔다. ― 익명의 기록으로 남으실 건가요? ― 아직 생각 중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개 아직 생각 중이다. 삶과 죽음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해도. 그는 살아오면서 겪은 갖가지 사건들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아, 네. 그러셨구나. 그렇죠. 그럼요. 네, 그럴 거 같아요. 그런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의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만 호응을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첫날 그가 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그것들은 대개 그의 이번 인생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즐거웠던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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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어느 거리의 우수와 신비
어느 거리의 우수와 신비 박주영 나는 서른하나, 그리고 독신주의자이다. 나는 꼬박꼬박 월급과 보너스를 주는 직장이 있고, 목돈 마련을 위해 저축과 투자에도 열심이고, 위험에 대비한 보험과 노후를 위한 연금도 차곡차곡 준비해두고 있으며, 내 명의로 된 27평의 아파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한 살에 독신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주장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결혼을 할 테지만 서른한 살에는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 한 서른다섯 살쯤, 혹은 마흔 살쯤 그렇게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당연한 듯 믿어줄지도 모른다. 내 주변의 사람들조차도 나의 독신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낱 객기로 받아들이고, 아직 임자를 만나지 못해서 뭣 모르는 소리나 지껄여대는 철없는 여자 취급을 한다. 뭣 모르는 철없는 삼십대 여자가 정말 나라면 진짜 결혼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