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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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며] 거룩하다기보다는 눈물겨운
작가소개 / 박정애(소설가) 강원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 교수. 장편소설로 『물의 말』, 『덴동어미전』, 『강빈』 등, 장편동화로 『똥 땅 나라에서 온 친구』, 『친구가 필요해』, 『사람 빌려주는 도서관』 등 출간.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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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최고의 사랑
작가소개 박정애(소설가)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신문학을,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199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해, 2001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지금은 강원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친구가 필요해』, 『사과는 맛있어』, 『똥 땅 나라에서 온 친구들』, 청소년 소설 『환절기』, 『다섯 장의 짧은 다이어리』, 소설 『에덴의 서쪽』, 『물의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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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박정애 뜨겁게 달군 스테인리스 팬에다, 먹다 남은 갈비찜 국물을 붓는다. 불을 약하게 조절한 뒤, 찬밥 덩어리와 건채 플레이크를 넣고 주걱으로 섞는다. 국물이 밥알들에 잘 녹아들었다 싶을 때 참기름을 넣어 다시 한 번 볶는다. 가스레인지를 잠그다 피식, 웃는다. 어제 저녁 갈비찜을 먹을 때 딸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엄마, 내일 아침 메뉴 맞춰 볼까? 이 국물로 밥 볶을 거지? 맞지? 맞지? 볶음밥 네 주발, 오이냉국 네 대접을 퍼 담는다. 스크램블한 달걀 한 접시, 배추김치 한 접시를 식탁 가운데에 놓는다. 마지막으로 수저 네 벌. 부엌 베란다로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본다. 남편과 딸아이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남편이 친 공이 기다랗게 포물선을 그리며 다세대주택 3층, 우리 집 베란다 바로 밑까지 올라왔다가 떨어진다. 마음만 먹으면 내 손으로 공을 잡아채서 딸아이한테 던져줄 수도 있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