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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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젊음의 노트
젊음의 노트 박은실 계곡 건너에서 희뿌연 무언가가 계속 펄럭이고 있었다. 우이동 계곡 아니면 백운계곡이었을 게다. 친구 두서넛과 더위를 식히려 찾아간 곳이었다. 한여름 피서객을 맞이한 계곡은 여느 계곡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와 친구들은 아이스박스 통에서 꺼내 파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에 물고는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 떼 같은 인파에 섞여 상류로 올라가던 중이었다. 계곡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맞은편에서 피서하는 사람들의 광경을 건네다 볼 수 있었다. 언뜻 보아도 쉰이 좀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아래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 속바지 차림이었고 윗옷 또한 거의 속옷에 가까운 민소매 차림이었다. 머리는 짧은 파마였는데 땀이 흘러서였는지 손수건을 돌돌 말아 이마 위로 묶었다.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평상 위에서 아주머니는 그야말로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 상태였다. 둥근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벌건 대낮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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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껍데기」외 1편
껍데기 박은실 애플망고 먹는 법을 검색했다. 가장 가운데 깊은 곳에 씨가 있으니 대략 삼분의 일 지점을 칼로 썰으란다. 가르쳐준 대로 썰어놓은 망고를 쟁반 위에 올려놓고 바둑판 모양으로 속살에 칼집을 넣는다. 이때 껍질이 터지지 않도록 세운 칼끝에 적당한 힘을 주어 작업을 해야 한다. 타원 모양으로 재단된 망고를 두 손으로 감싸 쥔다. 망고 양쪽 끝을 엄지와 검지로 붙잡고 받쳐 든 나머지 세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배가 뒤집히도록 껍질 바깥쪽을 쑥 밀어 올린다. 그러면 과육이 볼록하게 올라오면서 깍두기 모양으로 벌어진다. 다됐다. 이제 티스푼으로 똑똑 떠먹기만 하면 된다. 부드럽고 달달한 맛에 껍질 안쪽에 붙어 있던 마지막 살점까지 박박 긁어 먹었다. 망고는 옻나뭇과(科) 과일이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껍질을 조심하라고 나와 있었다. 알레르기는 없지만 꺼림칙해 냉큼 손을 닦았다. 애플망고 몇 개를 그렇게 해치우고 나서 부른 배를 한참 동안 두드리다가 쟁반 위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