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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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나무수국
나무수국 박신규 꽃보다 그늘이 아름답지 한밤중 그늘은 더 환하지 한껏 피어나 부풀어 오른 가슴 동여맬수록 두근거리는 몸살 흘러내리는 꽃물 아이를 흘려보낸 아랫배가 서늘하다 단번에 그믐 쪽으로 건너뛰고 싶은 보름달 아래 나무수국 아래 젖을 주는 여자 배고파 우는 무정한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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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들별꽃
들별꽃 ― 성근에게 박신규 질기고 힘세고 숭고한 밥은 불현듯 가장 잔인하고 싸가지가 없다 생일날 아침 갓 서른을 넘긴 후배가 남편을 잃었다 상을 치르는 내내 나는 울고 밥 먹고 울었다 세 살짜리와 두 달 된 어린것을 품은 그녀는 젖을 물리려 밥을 먹고 토하고 또 밥을 먹고 토하며 꺽꺽 울지도 못했다 죽지조차 못하는 슬픔에게도 빈틈을 내주지 않는 죽음 어느 봄날의 공원, 물빛 꽃빛이 너무 시렸던가 이제는 연애도 하고 제주에도 가보라고 나는 꾸역꾸역 김밥을 밀어 넣었다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그녀를 한동안 다시 보지 못했다 늘 웃는 표정이 아름다웠던 그녀의 눈빛은 쉽게 식지 않는 유골함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