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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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박수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 박수연 : 심보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담론적 차원에서 많이 얘기된 ‘시와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는 시인이라 하겠는데요, 첫 번째 시집에서 볼 수 있는 고립되어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조강석 선생님이 젊은 세대 시를 주로 얘기하셨는데, 첫 시집을 냈던 최정진은 시적인 문법이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김경주류의 시가 보여준 특징을 따라간 것이 아닌가라는 혐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들이 보여주는 세련된 문법을 최정진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구요. 내용까지 포함할 수는 없겠지만 시의 문법적인 차원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시인이 최정진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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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생명의 언어 형식-이기인,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창비, 2010)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0년 명장면들 생명의 언어 형식 이기인,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창비, 2010) 박수연 한 권의 시집은 무수한 생명을 거느린다. 이기인에게 이 말은 그러나 특별한 의미로 적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인들의 시편들은, 그것이 자연의 풍경을 노래하거나 인공적 디자인의 기계적인 미를 묘사할 때, 대부분 의미심장한 생명을 환기하게 마련이다. 피어오르는 생명이거나 소멸되는 생명이 그 곳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시적 주체의 언어 내용으로 그렇거나 그 주체가 고안하는 주제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컨대 그것들은 시를 관통하는 시선에 포착된 대상적 사물들과 사건들이다. 그것들은 그러므로 시의 주체가 아니라 수사적 요소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기인은 이 경우가 아니다. 이기인의 시집이 ‘무수한 생명을 거느린다’고 쓸 때, 이 말이 지시하는 것은 주제나 내용으로서의 생명 이전에 그 생명의 언어적 형식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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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적 여유의 회복을 위해
박수연(문학평론가) 한 계절의 시를 평하는 자리는 꽤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수히 많은 작품량이 일차적 이유이기는 하지만, 작품들의 갈래도 그렇다. 시들은 좀처럼 동일한 지평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시가 개성적 서정장르인 이상 각각의 작품이 특이성을 실현하는 것은 속성상 필연적이라고 해도, 최근 한국 시단의 모습은 개별자들의 무한한 각축장인 듯 보인다. 그것을 나는 어느 자리에선가 시의 바로크라고 불러본 적이 있다. 그 규정은 고무되어야 할 측면에서는 시적 자기 영역의 성실한 개성 탐구를 의미하지만, 그 반대 측면에서는, 바로크의 장인들이 절대왕정에 주박되어 있었듯이 자본에 휩쓸린 문화적 자기 부정을 의미한다는 말이었다. 전자의 측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해석적 글을 통해 애정을 표한 바 있다. 최근의 시비평은 주로 섬세한 시 언어의 결을 따라가면서 의미(도달할 수 없는 기의의 세계)를 해석하고 그로써 비평에 구두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