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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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그 손
그 손 박금아 ‘그때 꼭 한번 그 손을 만져보았지’* 이 시구를 읽고서야 아버지 생전에 손을 잡아 드린 적이 몇 번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진 검지, 유난히 큰 엄지손톱, 글씨를 쓸 때면 종이 위에서 잠시 떨리던 그 손은 어른 남자 손치고는 약간 작고 하얬다. 평소에는 제자리를 지키는 단단한 손이었지만 술을 마시면 하염없이 물러지던, 이제는 암만 만지려 해도 만져 볼 수 없는 그 손이 떠올랐다. 시집을 덮어 둔 채 산길로 나갔다. 사월 초이레 달빛은 막 남해 바다를 건너온 듯 시퍼런 물빛이었다. 개나리 꽃무덤 아래에서 나무둥치 하나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뭇잎으로 흙을 털어내자 희미하게 나이테가 나타났다. 구불구불한 달 물결 사이로 오래전 새벽 바다에서 돌아온 시리디시린 손이 어룽거렸다. 그 손은 대학 원서 쓰던 날, 기우는 집안도 나 몰라라 서울로 가겠다고 고집 피우는 큰딸의 등짝을 후려치며 떨리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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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곰피」외 1편
곰피 박금아 이른 봄, 포구는 숨비소리로 가득하다. 겨울을 넘어온 파도들은 바위틈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고, 먼 길을 달려왔을 곰피*는 너울을 타고 몸을 푸는 중이다. 북해도 곤부박물관에서 보았던 홍보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원시의 난바다를 향해 돌진하던 수백 척의 통통배들. 키를 몇 곱절 넘겨 자라난 곰피를 건져 올리느라 있는 힘을 다해 용쓰는 어부의 일그러진 얼굴이 오버랩된다. 곰피가 갑판에 오르는 순간, 필름은 멈추었다. 검은 화면에는 거친 심장 박동만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그 속에서 귀에 익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고향 집 부엌 모퉁이에는 오지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앞을 지나다 보면 곰피가 몸을 풀고 있었다. 어머니는 봄이면 바다에서 곰피를 캐다가 말려서는 그물 망태기에 담아 걸어 두고 사시사철 반찬으로 상에 올렸다. 물에 불려 멸치 젓국과 함께 쌈으로 내놓거나 고추장과 식초를 넣어 무치면 온 식구가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