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김성규(시인) 처음으로 용문에 가보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거리라 도시 외곽쯤 될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해 보니 용문은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쯤 되는 곳이었다. 소읍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시장과 조그만 버스터미널, 좌판에 벌여 놓은 나물과 파리들이 날아와 지루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는 모습. 고향에 온 느낌을 받아서 마음이 편안했다. 서울을 완전히 벗어나자 차창 밖으로 푸른 산과 들판이 지나갔고, 노인들이 먼 거리를 달려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활기 있었다. 가끔 대학생들이 동아리 엠티를 오기도 하였다. 양평 쉼터는 작년에 가본 서울역 쉼터보다 조용했다. 서울역의 수많은 사람들, 식사 시간마다 길게 늘어선 줄과 자리다툼이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늘 경쟁과 다툼이 있고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솔직할 수 있었던 시간들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솔직할 수 있었던 시간들 전아리(소설가) 작년 말에 이어 올 한 해는 유독 몸이 자주 아팠다. 심적으로 힘들어서 몸이 아픈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그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주로 나 자신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편이다.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역으로 내가 위로받을 때가 많다. 「아침을 여는 집」에 처음 찾아갔을 때, 다른 사람들의 염려와 달리 나는 무척 설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데 대한 기대가 있었을 뿐 아니라 왠지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함께 글을 쓴 시설 분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어른 남자 분들이었다. 처음엔 각자 소개도 할 겸 인생 곡선부터 시작했는데 한창 어린 데다가 낯설기까지 한 여자애를 상대로 진지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 꺼리시는 듯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우산 속에서 나는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우산 속에서 나는, 권오영(시인) 샘물을 품고 있는 사막 같은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게 되었다. 짓밟힌 잡초가 되살아나듯 여름의 더위는 실컷 기승을 부렸고, 기승을 부릴수록 사람들은 더위를 밀어내고 힘껏 여름을 견뎠다. 낮과 밤이 엇갈리는 저녁.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온수역에서 이십 분 정도를 걸어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걷는 동안 떠올렸던 얼굴들이 환하게 웃고 있을 때, 나도 환해졌다. 어떤 노력, 꺼내 보려는 어떤 단단한 기억,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몸짓은 과거의 시간들과 미래의 시간들이 뒤섞여 있는 ‘지금’이라는 현재형으로 그들을 만나고 있었다. 미래였던 ‘지금’ 이 순간도 과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이 순간까지 살아온 날들과 그 시간 속에서 가장 선명한 기억을 떠올려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