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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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법과 문학, 오만과 편견을 넘어
“문학 속으로 법이 들어온 것이다. 문학적으로 좀 더 걸러질 필요가 있는 것을 과도하게 사법이 개입했다. (중략) 온 국민을 초등학생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다. 필요한 경우 연령제한을 하면 된다. 어떤 표현이 들어가야 나의 문학이 된다고 한다면 그걸 뺄 경우 이미 예술가가 아니다. (중략) 조영남이 예술을 위해 기꺼이 감옥에 가도 좋다는 자세를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현대미술과 예술가를 주제로 좋은 논쟁을 벌이며 우리 문화계를 업그레이드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때로 예술가는 시대와 불화했다.”2) 2) 배영대, “[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남형두 연세대 교수 인터뷰, 천경자·이우환·조영남 사건… ‘문화예술의 사법화’”, 중앙일보 2016. 11. 9.자 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0842689 (2017. 9. 15.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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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낯익은 상처의 블록으로 지은, 낯선 레고의 집
그렇지 않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것이 문학 아닌가. 김애란은 ‘경험해보지 않은 추억’조차도 소설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낼 수 있는 작가다. 김현의 독자라면 누구나, 김현 선생의 저 추억 서린 통닭집, ‘반포치킨’에 가 보지 않고도 그 공간이 못내 눈물겹듯이.《문장 웹진/2005.8》 *나쓰메 소세키 지음, 황지헌 옮김, 『나츠메 소세키 문학예술론』, 소명출판, 2004, 334~3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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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첫 소설집인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문학과지성사, 2015) 이후 장편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민음사, 2015)로부터 시작된 ‘이니셜 소설’이 그렇다. 그는 A, B, C, D, E 등을 등장시키고 이들의 일상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인물들 간의 관계나 특별한 사건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 자신의 가치 판단이 배제된 문장들로 소설을 채워 나간다. 연작으로 발표되고 있는 「예지」 시리즈도 그러한데, 그 단순한 반복들이 아주 미세한 차이와 함께 계속되면서 어느새 다채로워졌다는 느낌을 준다. 이 작가의 꾸준한 시도가 문학적 책임감의 발로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 지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의미 있는 지점들을 생산해 내고자 하는 김엄지의 작업은 신뢰를 준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암울하고, 착잡하고, 답답했는데 끝내 개운치 않은 그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