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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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교군의 맛」은 독(毒)이다
[내가읽은 올해의 책] 「교군의 맛」은 독(毒)이다 ─ 명지현 장편소설 『교군의 맛』을 읽고 채현선 소설 「교군의 맛」은 독(毒)이다. 은밀하고 강하며 치명적이다. 모든 치명적인 것은 이면의 속성을 포함한다. 위험하면 위험한 만큼 빠져드는 매혹, 설명할 수 없는 그 매혹의 늪을 건너며 경험하게 되는 긴장과 카타르시스라는 달콤한 세계, 이것이 바로 교군의 맛이다. 교군의 주인인 이 여사(덕은)의 음식들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하는 양가적 속성을 가진다. 검은 입술과 검은 혀로 풀어내는 매운맛의 레시피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끝내 살아내야 하는 삶의 과정과 닮아 있다. 교군의 맛을 맛본 사람들은 요리에 스며든 매운맛 속에서 하나같이 희로애락의 세계와 맞닥뜨린다. 웃거나 눈물을 흘리다 종국엔 카타르시스 지점에 도달해 무장해제 되는 결말을 맞는다. 그것은 바로 삶의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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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십년감수’를 기획하며
— 최규승, 무중력 스웨터, 무중력 스웨터, 천년의 시작, 2006 — 최치언, 매장된 아이,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 문학과지성사, 2010 — 함기석, 코코, 뽈랑 공원,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 황인숙, 손대지 마시오, 리스본행 야간열차, 문학과지성사, 2007 — 황학주, 북 치는 인형, 저녁의 연인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소설 목록〉 — 강영숙, 자이언트의 시대,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문학동네, 2009 — 권여선, 가을이 오면, 분홍 리본의 시절, 창비, 2007 — 김경욱,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위험한 독서, 문학동네, 2008 — 김미월, 너클, 서울 동굴 가이드, 문학과지성사, 2007 — 김숨, 손님들, 침대, 문학과지성사, 2007 — 김중혁, 유리방패,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 김태용, 차라리, 사랑, 풀밭 위의 돼지, 문학과지성사, 2007 — 명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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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냉면을 용서하라
냉면을 용서하라 명지현 그 남자하고 잘 안 되니? 뭐가 문제야? 엄마의 간섭이 핵심에 접근했다. 휴대전화기 있으니 집 전화기는 없애라, 옷장 좀 정리해라, 저게 왜 저 자리에 있니? 좁은 원룸을 구석구석 살피며 보이는 족족 트집을 잡는다. 한편으로 이해는 가지만 사적 영역의 과도한 침범은 혈연 지간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고 외쳤다. 집 전화기는 집 안에서 휴대전화기를 찾을 때 유용하며 음식물 쓰레기는 꽉 채운 다음 버릴 것이고, 철에 맞지 않는 옷은 곧 제철이 돌아오니 가만히 놔두시라. 그런데 그 남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휴대전화기가 없어지면 전화를 걸어 위치 확인을 하는데 가끔은 사라져 버린 다른 물건들에게도 전화를 걸고 싶다. 정작 전화해야 할 사람에게는 연락도 못하면서. 방금도 하마터면 오이에게 전화를 걸 뻔했다. 자동차 열쇠나 리모컨이 안 보일 때도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집어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