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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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우리에게 다녀가는 것들을 만나고 돌아온 봄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레미제라블』도 몇 권씩 되는 걸 아주 재미있게 읽었죠. 탐정소설을 읽는 것 같더라구요. 프랑스 혁명이나 파리의 미로 같은 하수도도 엿보고. 물론 위고가 위대한 작가지만, 내가 흥미 있게 쫓아간 것은 통속적인 재미였어요. 『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책도 그렇고. 그런데 요새 애들이 재미있어 할 것은 얼마나 많아요. 김 : 그런 것에 비하자면 한국 소설은 너무 재미없게 쓰려는 경향이 많지 않나요? 재미를 좀 꺼리는 느낌도 듭니다. 박 : 재미있는 것은 통속, 재미없는 것은 순수. 사실 소설은 대중들을 위해서 발생한 것 아니에요? 대설이 아닌 소설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고. 김 : 어떨 때는 가독성 자체를 통속으로 보기도 하죠.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구요. 프랑스 소설 같은 경우에는 묘사도 길지 않고 바로 넘어가는데, 우리는 점점 길어지는 게 가독성이 통속이라는 시각 때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여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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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천상이 아니라 지옥에 발 디딘 언어가 시(詩)요
그리고 또 빅토르 위고도 『레미제라블』 한 권이 아니지 않습니까. 시가 아마 나보다 많은지 조금 적은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많이 쓴 사람이고. 소설도 희곡도 비평, 정치평론하면 엄청나지 않습니까. 이런 사실은 우리는 근대문학을 하면서 간과한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첫째로 식민시대의 물적인 기반이 강고하니까 우선 시인들이 단명합니다. 김소월이 서른둘에 죽었고 윤동주는 서른도 못 채우고 죽었고 이상도 마찬가지고. 쓸 만한 촛불들은 곧 꺼져 버리고 꺼져 버리고 그랬습니다. 실제로 또 오래 산 사람이라고 해도 고월 이장희가 사십 몇 편밖에 안 남았습니다. 20편 남긴 사람, 이런 것으로 근대시를 이어 온 것이 우리 시의 역사 아닙니까. 이런 데 익숙하니까.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옥중에서 남겨 동생이 나중에 한 것, 그것 몇 편 됩니까. 그 시가 아주 냉혹하게 이야기하면 얼마나 유치합니까. 시의 높은 단계까지 못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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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고궁 빌라에는 킹콩이 산다
『레미제라블』이었다. 혹시나 배고프고 돈이 없어도 빵은 훔치지 말자며 책 사이에 끼워 놓은 만 원짜리 한 장을 챙겼다. 며칠만 버티면 잡지사에서 원고료가 들어올 테니 그때 다시 채워 놓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현관문을 빼꼼히 열었다. 왕 반장 목소리가 4층쯤에서 들렸다. 오 작가는 왕 반장에게 들킬세라 빛의 속도로 고궁 빌라를 빠져나왔다. 오 작가는 슈퍼에서 라면을 샀다. 피곤해서인지 단 게 먹고 싶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참았다. 백 원짜리 하나도 아쉬울 판이었다. 라면이 담긴 까만 비닐봉지를 손목에 끼고 후드 티 앞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막대 사탕 하나가 손에 만져졌다. 세영의 할머니가 준 그 막대 사탕이었다. 오 작가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사탕을 입에 물었다. 오 작가가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고궁 빌라 앞마당으로 들어설 때였다. “작가님, 작가님! 어디 다녀오셔? 슈퍼 다녀오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