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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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와구와구 이빨 괴물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동화(단편)] 와구와구 이빨 괴물 박나현 ‘엄마 사라져라. 사라져라. 알라핑퐁쑝.’ 나는 귀를 막고 주문을 외웠다. 엄마의 잔소리 태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김준! 어서 밥 먹어. 학교 늦잖아. 옷은 그게 뭐니? 제대로 못 입니? 너 이제 어린애 아니야. 열한 살이야. 다 너 잘되라고 엄마가 이러는 거야.” 내 귀에 마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잔소리가 시작되면 꽉 닫히는 마개 말이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이상했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옆집에 잘못 온 것 같았다. 문밖에서 호수를 확인했다. 우리 집이었다. 이 낯선 풍경은 뭐지? 평소는 이렇다. 거실에는 전화하는 엄마가 있다. 내가 온 걸 알아채고는 전화를 끊는다. 그때부터 두두두두 잔소리 공격이 시작된다. 나는 살금살금 거실로 걸어갔다. 엄마가 없다. 어, 그런데 엄마의 휴대전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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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다른 건 그냥 다를 뿐이야" (2)
여기에는 동요, 동화, 동극, 동시, 그리고 단편 소년소설들을 싣고 있으며,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담고 있다. 1978년 한국 현대아동청소년문학연구소가 서울에 설립되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일본, 인도는 각각 수 페이지에 걸쳐 소개된 반면, 한국은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와 함께 극동( the far east)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고, 그것도 가장 적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다. 전문을 굳이 여기서 소개한 이유는 저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안타까워하자는 게 아니라(물론 여기에는 우리 자신의 책임도 크다), 일본을 제외한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아동청소년문학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오히려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 대한 저들의 지식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을 한번 상기해보자는 뜻에서이다. 이른바 전문 연구자들이 그럴진대 일반인들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캐나다의 아동청소년문학가 페리 노들만의 말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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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춘천 서툰책방 2편 ―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김상아 : 저도 사실 단편 하나하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잘 파악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불완전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소설 중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려웠다'라는 표현이 많이 나와요. 근데 소설 속 사건들이 인물들의 삶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그러나 결국엔 사건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정승희 :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고, 사건을 겪기 전과 후가 달라지는 게 소설인데, 또 그 사건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 인생도 그렇고요. 조성윤 : 네, 맞아요. 단편소설 〈산책〉에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있는데, 진실을 놓고서 이 상태를 깨기 싫어서, 누구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현실에서도 그런 일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