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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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겨울 동화
[단편소설] 겨울 동화 강기희 1 짧은 겨울 해가 산정에 걸리는가 싶더니 바람이 거칠게 일었다. 바싹 마른 낙엽이 공중으로 흩어지자 해는 산을 넘었고, 어둠이 밀려온 골짜기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을 몰고 온 바람은 밤새 문풍지를 흔들었다. 그 소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멀리 달아났고, 바람이 그친 골짜기엔 폭설이 쏟아졌다. 날이 밝자 새들이 먼저 하늘을 날았다. 새들은 풀대궁에 얹힌 눈을 털어내며 아침을 준비했다. 새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마른 풀씨를 쪼아 먹고 있을 때였다. 책방 문이 끼익 열리며 인기척이 났다. 2 “아이구, 뭔 눈이 이리도 많이 내렸을꼬. 눈이 처마 댓돌을 다 덮었네.”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마당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으로 인해 사라진 것은 길과 마당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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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유
설화나 민담이 민중의 소망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동화 역시 민중의 소망을 담고 있다. 가혹한 현실이 우리를 배신할 때 우리는 동화 속에서라도 우리가 원하는 세계에 대한 염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동화 같은’이라며 싸잡아 부정하는 가치 중에 정말 우리가 온 힘을 다해 회복해야 하고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없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새 진리가 있다. 돈이 돈을 벌고, 노력이 출신배경을 이기지 못하고, 정의가 권력과 금력에 무너지며, 성실과 신뢰보다는 변칙과 배신이 성공으로 가는 첩경이 되는 것이다. 일부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해도 일부는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일부의 균열로 배가 침몰하고 비행기가 추락한다. 이런 세상은 절대 동화 같지 않다. 동화 같지 않은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동화 같은 어떤 것을 비웃고 있다. 여기에 선택의 문제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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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동화, 치유와 전복의 언어
동화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인공의 시공간 이동은 그러한 사멸과 생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진정성을 가진 동화라면 어린이를 현실로부터 밀어내거나 둥둥 띄우지 않는다. 좋은 문학이 사회적 약자의 선정적 마취제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동문학을 매개로 한 심리적 치유의 결과는 물리적 변화의 의지로 이어지고 어린 시절 간직한 그 파장은 오래 이어진다. 이미 괜찮은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준 장면을 어린 시절 동화 안에서 만났다고 고백한다. 스웨덴의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스웨덴 아이들을 더욱 타자의 고통에 예민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스웨덴의 사회복지 정책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린드그렌의 동화를 읽은 사람들이 자라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길을 선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동화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긴 기간에 걸쳐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복 많은 장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