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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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동백꽃 포쇄
아직도 지지 않은 동백꽃 화동이 그들의 화비(花碑)가 되어 멀리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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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통장잔고 0원」외 6편
지붕 힘을 합쳐 짓자고 돌리는 사발통문 통일은 나라의 지붕을 짓는 일 분단은 지붕 없는 집에서 사는 거 물 먹은 솜뭉치로 꼬꾸라져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성한 데가 없고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 맷집으로 버티는 사람들 박차고 일어나 하루 이틀 삼 일이면 나라의 지붕을 올릴 수 있지 뒤엉킨 날개 너에게 가 닿지 않았네 안전핀 없는 자본주의 문화 안쓰러워 가슴만 조였네 하루하루 경쟁의 도가니 헤매임들이 쌓인 억압을 풀다가 감당할 수 없는 튕김으로 기타 줄이 툭 끊기고 음악이 사라진 곳 음악과 죽음이 뒤엉킨 참사의 현장 블랙홀은 꽃다운 뭇 생명을 삼키고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안전요원 없는 깡통현장 청년의 삶들이 빨려 들어간 위험한 곳 죽을 것 같아요 위험의 알림을 보냈지만 꽐라된 것들에 의해 안전요청 통신조차 함몰되고 저 공중 속으로 날아간 음악의 메아리 전쟁연습 비행기 소리에 마저 빨려들어 가고 뒤엉킨 날개 곱게 펴 주마 훨훨 날아가시라 우리의 귀한 아들딸들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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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몰라 가는 길
몰라 가는 길 김해자 ㅇ이 깎여 ㅁ이 된 길 몰라도 올라갔지 물 아래 오래 헤엄쳐온 아가미로 숨 쉬는 발 따라 어젯밤에도 난 물밑을 다녀왔어, 거긴 통증관리실이란 게 없더군, 내일도 살아 아침밥을 먹을 수 있을까, 모레도 깨어나 아침이불을 개야 하나, 유통기한을 알 수 없어 몰라도 가는 길 몰라서 가는 길 이번 생은 아흐, 통증저장소 다시 또 태어나야 한다면 다음 생엔 상추 씨앗으로나 태어나 빨리 솎아져 버리고 싶어, 세상과 기-일게도 불화한 에움길에 동백꽃 떨어져서도 곱구나, 한 줌의 붉음 겨울 발치에 묻어 주고 몰래 그대 등에 몇 잎 바치며 올라선 길 끝은 바다, 더 이상 딛을 곳이 없어졌어, 길 너머 길 길이 아닌 길 어쩌면 우리가 나란히 바라보는 풍경 건너까지도 길인지 몰라 저 길 밖에 아흐 님아, 짙푸른 바다의 문으로 들어가 그 눈이 되어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