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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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돌
근데 바실루스는 돌 표면을 얇게 싼 생물막이 막상 파괴되면 수분이 급격히 유입돼서 돌을 무너뜨린다는 한계가 있었어. 물론 믹소코쿠스도 돌 표면에 뿌려주면 칼슘 카보네이트라는 보호막을 생성해 돌을 단단하게 해주는 작용은 바실루스랑 같아. 하지만 그 구조도 훨씬 안정적이고 대리석이든 석회석이든 돌 종류를 안 가리고 경화 작용을 해준다는 데서 차원이 달라. 바실루스는 대리석에서만 제 기능을 하거든. 내가 요새 사람한테도 믹소코쿠스가 작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데…….” 한 달 전, 교실 구석자리에 앉아 멍하니 ‘믹소코쿠스’라는 낙서로 공책을 빼곡히 채우던 너는 한 아이가 그 단어의 의미를 묻기가 무섭게 그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줄줄 쏟아냈다. 그 목소리도 생생했다. 네 장광설에 질린 아이는 이내 떨떠름한 얼굴로 자리를 떴지만 너는 할 말이 더 남은 듯 그 아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때꾼한 눈과 희멀건 얼굴도 눈에 선했다. 하지만 이제 너는 죽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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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돌
돌 최명진 둥그런 여인 둥그런 아버지 둥그런 말하자면 그런 직선들 소금쟁이의 기다란 발끝에서 둥글게 맴돌다 가라앉는 소리 낮은 곳으로 모여드는 흙투성이 눈물 안으로 스며드는 밖으로 얼룩진 하루 이틀 무수한 비로소 뭉클하게 뭉쳐진 안심하고 차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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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바다와 돌
바다와 돌 김선우 한 번도 쉬어 본 적 없는 심장― 이것은 바다의 독백이라고 하자 당신, 당신들을 듣고 만지고 이해하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돌들의 대화라고 하자 태어난 이래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파도를 보고 있다 단 한 번도 같은 모양, 크기, 그림자가 없는 수십억 년의 포말 생성과 해체를 동시에 수행하는 줄기찬 근력의 언어 앞에 발 달린 짐승들 달변의 입은 자주 속되다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한 태초, 라고 해안에 쓰고 너라는 외계의 심장을 향해 내가 귀를 연 때, 라고 읽었다 이곳에 오기 전 잠시 살았던 다른 바다에서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 사랑이 죽고도 몸이 살면 그 몸을 뭐에 쓰려고? 바다가 뱉어 놓은 살아 있는 돌들이 해안에 앉아 있다 주먹만 한 뜨거운 돌 하나씩을 서로의 가슴에 묻어 준 사람들을 여기서는 연인이라 부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