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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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영감의 화수분, 도스토예프스키
영감의 화수분, 도스토예프스키 이나미 헤르만 헤세는, 도무지 삶이 비참하고 고통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삶 전체가 욱신욱신 쑤시는 상처로 여겨질 때, 절망만 가득하고 희망이 사라져 버렸을 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라고 했다. 비참한 상태에서 헤어나 고독하게 다리를 절면서도 삶을 거칠고 잔인하다기보다, 아니 삶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저버렸을 때 비로소 이 끔찍하고 훌륭한 작가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그때서야 우린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고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련한 악마들의 가련한 형제가 되어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 숨죽인 채 삶의 소용돌이를 응시하며 영원히 돌아가는 죽음의 물레방아를 직시할 수 있게 된다고. 그런 다음에야 도스토예프스키의 위로와 사랑에 귀 기울이게 되며 깜짝 놀랄 정도로 깊이 있는 세계, 혹은 지옥과도 같은 세계의 놀라운 의미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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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서본 '죄와 벌'의 의미 (1)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고 복잡한 심리적 요인들이 이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덥고 습한 공기, 혐오스럽고 비열한 범죄의 소굴인 빈민가, 지하실, 선술집 등이 이 끔찍한 범죄의 ‘공범자’라는 거지요. 예컨대 러시아 출신의 소르본 대학 문학교수인 콘스탄틴 모출스키(konstantin Mochulskij)는 그의 기념비적 저서 『도스토예프스키; 그의 생애와 작품』에서 『죄와 벌』의 서두 부분에 나오는 구절인 “거리는 지독하게 무더웠다. 게다가 후덥지근한 공기, 혼잡, 여기저기에 놓인 석회석, 목재와 벽돌, 먼지, 근교의 별장을 가지지 못한 페테르부르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독특한 여름의 악취, 이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청년의 신경을 한꺼번에 흔들어 놓았다.”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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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서본 ‘죄와 벌’의 의미(2)
모출스키가 『도스토예프스키; 그의 생애와 작품』에서 언급했듯이, 라스콜리니코프의 내면에는 이미 두 개의 서로 다른 인격이 다투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는 자기가 저지른 범죄에 두려워 겁먹고 실수를 연발하며 졸도하는 ‘나약한 인격(the weak personality)’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한 일을 정당화하는 잔인하고 오만하고 고독한 ‘강한 인격(the strong personality)’이지요. 이 두 인격의 대립 때문에 라스콜리니코프는 사흘 동안 계속 열병과 기억상실 속에서 보냅니다. 그러나 그가 친구인 라주미힌의 도움으로 마침내 의식을 회복하고 병석에서 다시 일어났을 때는 두려움, 연약한 마음, 육체의 병으로 나타나던 나약한 인격은 사라지고 강한 인격만 남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동물적인 교활함”, “전례 없는 대담성”, “악마적 교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