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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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브라질 떡볶이
─ 단편동화 브라질 떡볶이 김민령 우리 학교 앞에는 아주 오래된 떡볶이집이 있다. 가게 이름은 브라질 떡볶이. 열 살 많은 누나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다는 두준이네 아빠는 브라질 떡볶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실은, 우리 아빠 매운 거 못 먹어. 짬뽕 먹을 때도 막 운다.” 두준이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 귓속말로 아빠 흉을 보았다. 짬뽕이라면, 난 이미 세 살 때부터 즐겨 먹었다고 한다. 보통의 세 살짜리라면 물에 싹싹 헹군 김치를 먹다가도 맵다고 뱉어버리곤 한다. 누나는 신라면만 먹어도 맵다고 호들갑을 떠는 입맛이라 언제나 짬뽕보다는 짜장면을 고른다. 누나가 어른들 몰래 설탕을 찍어 먹을 때 난 고추장을 찍어 먹던 거다. 매운 음식이라면 뭐든 좋다. 낚지볶음이나 해물탕, 닭볶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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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날아라 장수풍뎅이
─ 단편동화 날아라 장수풍뎅이 김남중 여름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 강건이는 아빠를 졸랐다. “아빠, 우리 마트 가. 방학숙제로 곤충채집해야 돼.” 강건이 아빠가 정보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곤충 잡으려면 산이나 들에 가야지.” “마트에도 있어. 장수풍뎅이랑 사슴벌레.” 강건이 아빠가 피식 웃었다. 더 들어 보지 않아도 강건이 속셈을 알 것 같았다. 강건이는 오래 전부터 장수풍뎅이를 기르고 싶어 했다. 반짝반짝 검고 단단한 등껍질에 우뚝 솟은 뿔, 축구공도 밀 만큼 힘이 센 숲 속의 최강자, 장수풍뎅이를 이길 수 있는 곤충은 없었다. 강건이는 크리스마스에도 어린이날에도 장수풍뎅이 노래를 불렀다. 아빠 엄마는 물론 강건이의 소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답을 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수풍뎅이는 비싸다. 게다가 플라스틱 집을 사야 하고 톱밥도 두툼하게 깔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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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말하기수업
─ 단편동화 말하기 수업 김혜진 “어머, 두 분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원래 두 사람이 수업을 진행합니다.” 나이든 쪽 선생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두 선생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숫자 10 같아서, 젊은 선생님이 홀쭉하게 마른 1이고 배가 넉넉하게 나온 나이든 선생님이 동그란 0이라고 하면 딱 맞았다. 동그란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 홀쭉한 선생님은 연신 안경을 고쳐 썼다. 홍이가 보기에도 긴장한 티가 났다. “꼭 교생 선생님 같아. 이쪽 할아버지 선생님은 저 선생님이 수업 잘하나 못하나 감시하러 왔나 봐.” 홍이는 짝인 유나에게 속삭였다. 유나는 소리죽여 킥킥 웃었다. “자, 여러분, 여기 보세요!” 담임선생님이 손뼉을 짝짝 쳤다. “오늘부터 두 달간, 목요일 5교시마다 말하기 수업을 해주실 선생님들이세요. 이쪽이 송 선생님이시고 그 옆에 박 선생님. 나도 가끔 와서 볼 테니까 말씀 잘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