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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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이킥
나보다는 너를 노춘기 혼자서 할 수 없다면 내 손을 빌려 줄게 이걸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가시 돋친 짐승들이 이 방의 음악을 가득 채웠고 유리창 아래로 내려다본 거리에 별빛이 둥둥 떠다닌다 당신의 경동맥 한 고비가 붉게 빛나고 있어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말해 버렸지 길 잃은 말들이, 이어 묶을 끈도 없이 앞을 달렸는데 당신의 발등에 뿔을 달아 주고 싶었고 불운을 갈취하고 싶었는데 이걸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마실 한 모금의 물이 없다 참을 수 없는 음악이 억센 덩굴을 펼친다 손끝에 명징한 감각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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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나보다는 너를
나보다는 너를 노춘기 너는 레몬 나무처럼 출렁인다 위와 아래 모두를 향해 눈을 뜨는 나무가 있을까 너를 생각하는 게 낫겠다 유연한 가지를 흔들며 너는 미래를 더듬는다 부풀어 오르는 고무풍선처럼 너는 아무 말이 없지만 이건 오늘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 중간에 그만두기 어려운 노래처럼 생각해 보면 좀 쑥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물결이라는 게 항상 오고 가는 두 겹의 진동인 것처럼 마음을 멈추면 유령처럼 엄습하는 문장이 있다 손을 내밀어 흰 꽃을 매달아 주고 싶다 너는 레몬 나무처럼 출렁인다 짧은 표정이 한쪽 가지 끝으로 쏠리다가 휘어진다 너와 나의 시간은 반복 속에 있다 온 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물결처럼 너를 생각하는 게 낫겠다 나는 이미 손에 흰 거품을 잔뜩 묻혔다 여기저기의 풍선들이 각자의 음을 끌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