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너의 모든 것이 빛나는 순간
세상 참 한결같다던 넋두리, 세상을 바꾸기 위해 죽어라 달려온 것 같으나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라 한탄하면서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물감이 꾸덕꾸덕해질 때를 기다리며 커피를 내린다. 몸과 마음이 청춘의 빛으로 분기탱천할 때, 우리는 흰 깃발에 청사진을 그려 기운차게 나아갔다.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뜨겁게 타올랐다. 순풍에 돛 단 듯 풀리다 자만으로 허방을 디딜 때도, 뜻과 달라 깊은 절망에 눈을 감았던 시간도 치열했기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둠 속 빛을 따라 새 역사를 만들며 눈부신 미래를 열어가던 개척자였다, 우리는.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금 그녀는 화살을 뒤로 당기는 시점에 서 있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화살은 뒤로 당겼을 때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당신들의 광장
차녀 한세진은 이순일의 실존적 고민을 흔한 넋두리 정도로 치부하고 귀찮고 불편한 상황만 면피하려고 한다. 장남 한만수는 풍족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즐기는 오클랜드의 백인 노인과 친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식구들에게 자랑스러운 듯 전하면서도 그와 비슷한 연배인 엄마가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대부분을 부엌에서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한다. 이처럼, 이순일을 대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아무렇지 않게 "툴의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해 온(159쪽)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명백한 부조리(不條理)다. 그날 저녁에 한만수는 오클랜드 노인을 비롯해 직장에서 만나곤 하는 사람들이 최근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단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가오는 토요일에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도심으로 나갈 거냐고 한세진에게 물었다. 한세진은 그럴 계획은 아니었지만 네가 가겠다면 동행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 주의 토요일은 2016년…… 12월 17일이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구독과 좋아요
막걸리 두 잔 먹고 벌써 술이 취했나, 웬 넋두리? 이 부분도 편집하자면 애먹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 잔을 더 따라 마셨다. 뒤늦게 캠핑을 시작한 건, 어쩌면 한이 맺혀서일지도 몰랐다. 친구들이 색색깔의 옷을 입고 시외버스터미널로 우르르 몰려다니던 게 부러웠는지도. 대리 직함을 받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그래서였을까? 집에서 겨우 이십 분 떨어진 곳에 원룸을 얻어 독립한 것도…… 화로대에 비장탄 세 개를 더 넣었다. 불꽃이 일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다가 어느 순간 뭉근해지는 불덩이를 이따금씩 헤집으면서 나는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유튜브로 이 영상 저 영상을 잇대어 보다가, 우리 생을 관장하는 신이, 그러니까 전생과 이생과 다음 생을 관장하는 절대자가 AI처럼 우리 생에 관여를 한다면, 내 인생 옆에 붙여 줄 추천 후생으로 어떤 걸 붙여 놓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