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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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유자
노란 맨살에서 쏴아 쏟아지는 말씀들 재어 놓았다가 차를 내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분의 마음이 혀끝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다. 나도 유자나무에게 받은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있는 중이다. 내 몸을 통과하여 온전히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어디에선가 꽃눈이 불거지고, 꽃이 피고 노란 향낭으로 흔들린다는 소식이 벌써 그 다음 곳까지 당도하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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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헤세의 '데미안'을 통해서 본 성장의 의미
그리고 이렇게 하여 우리의 내면 안에 들어와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부성적 양심”(父性的良心), 어머니의 모습을 “모성적 양심”(母性的良心)이라고 불렀습니다. 부성적 양심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네가 잘못하면 너는 네 잘못의 결과를 피할 수 없고, 내 마음에 들고 싶으면 너는 너의 생활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모성적 양심은 “어떠한 악행이나 범죄에도 너에 대한 나의 사랑, 너의 삶과 행복에 대한 나의 소망을 빼앗지 못한다.”고 말하지요. 다시 말해 부성적 양심은 “…… 때문에 내가 너를 사랑한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모성적 양심은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자신에게 말하지요. 따라서 우리는 부성적 양심을 통해 복종, 성실성, 절제, 인내, 책임 등을 배우고, 모성적 양심을 통해서 자위, 자존심, 자유 등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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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모멸의 무대와 배역들 - 장류진, 최은영, 강화길의 소설
지수의 시선은 그의 전작인 「몫」에서 남성 중심적 대학 사회의 불완전한 내부자로 행동하던 '정윤'의 위태로운 내면 풍경을 엿보게 해주는 것인지 모른다. 이해와 연대의 희망이 사라지고, 지친 마음들만 남겨진 이야기는 구조화 된 차별이 생활에 얼마나 밀착한 감각으로 계속 반복되는지 짚어 준다. "그녀는 다희의 삶에서 비켜나 있었고, 다희 또한 그녀에게 그랬다."(178) 강화길의 「오물자의 출현」은 앞서의 두 작품과는 이질적이다. 소설은 스캔들을 몰고 다니던 여배우 김미진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죽음을 해석하는 여러 텍스트들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직조된다. 작가지망생이었던 김미진의 공모작인 소설 『지옥』을 중심으로 그의 죽음을 분석하는 이마리의 『김미진 전기:지옥에서의 삶』과 김미진의 죽음을 알코올중독과 가난한 가정의 상처로 설명하려는 김지우의 책이 해석의 경합을 벌인다.